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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호수에 던진 회복의 물결
황정우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12월
평점 :
긴 글은 짧게 읽히고 짧은 글은 길게 읽힌다. 이 책은 길게 여운이 남는 잔잔한 물결 같은 책이다. 2025년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계절인 지금, 내가 잠시 몸담고 있는 지역사회전환센터인 주거시설의 기관장이신 황 정우 선생님의 에세이 글이다. 사회복지사가 꿈인 본인은 '선배 사회복지사'가 '후배'에게 일러주듯이 쓴 글이라 생각하며 읽었다. 126페이지의 단편적인 짧은 글들이 심금을 울리게 해 혼자 책을 낭송해 가며 읽었다.
특히 시설장님 개인의 아픔에 대한 글들은 그동안 시설장님을 "부유하고 편하게 살아왔을 것이다."라고 편견을 가지고 보아온 나의 실수에 대해 참회하며 마음으로 시설장님을 응원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런가? 덕분에 우리마을에 온 지 3주 차가 된 지금 입소 후 처음으로 아침 조깅 30분을 뛰었다.
본론으로 돌아와 책의 내용 몇 단락을 소개하고자 한다. 책의 p.48
"온전함과 온전하지 않음의
사이를 오가는 것,
그것이 세상의 근본 속성이었다."
라고 하셨는데 만성정신질환자 표식을 달고 있다 생각하는 본인에게 "아! 온전하지 못한 나 또한 정상이구나!" 하였다. 그래서 p.70
"아들러는 사람의 행동을 만들어 내는 느낌과 기분과 같은 정서 역시 각각의 목적이 있다고 했다.... 그 정서에 대한 의도와 목적은 본인도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의 행위와 정서의 궁극적인 목적을 가만히 따져 본다면 그 목적에 다다르기 위한 보다 효율적인 길을 선택할 수 있다. 보다 빠르고 효과적인 지름길을 선택한다면 불필요한 관계적 소진과 감정 소진을 덜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삶 속에서 우리는 그 궁극적인 목적을 잊어버리고 살게 마련이다. 그것은 스스로에게 따져 물어보기 전에 이미 결정하고 내지르기에 익숙하다."
시설장님의 인간관계와 삶에 대한 혜안에 감탄이 나오는 부분이다. 나의 정서는 어떠하였는가,, 나는 왜 내 정서를 스스로 억압하여 결국은 정신병원으로 치닫게 두었는가. 왜 스스로를 죄책감에 묶어 두었는가. 남 탓할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나를 돌보지 못했음을 스스로 반성과 성찰을 할 때였다. p.85
"정신질환은 그 자체가 고통이다. 감금도 고통이다. 고통은 어떤 일로 남겨지는 힘들고 좋지 않은 '경험' 인 것이다. 죄에는 분명히 그런 고통을 동반하는 속죄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만난 200명의 재소자들에게서 그 죄의 이유를 좇아 들어갔을 때, 적어도 정신질환이라는 '원인'은 없었다. 진짜 원인은, 죄를 지은 사람의 개인적 삶의 과정과 그로 인한 개인의 의도, 그리고 사회적 맥락이 조합된 구조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이었다.... 정신질환은 다만 죄를 짓기 전의 몸부림이었고, 또한 이후의 속죄를 위한 고통으로 남겨진 것일 뿐이다."
당사자인 본인이 임상적 치료를 위해 병원을 갈 때마다 느끼는 기분은 '죄책감'이다. "저 문제 없이 잘 지내고 있어요."라고 마치 예비 범법자가 된 듯이, 그 누명을 벗어던져야 사회에서 살아남기 때문에 병원을 찾곤 하였다. 그렇게 일상생활에 치여 병원을 찾던 굴레의 어느 날인 작년에 처음으로 '우리마을'이라는 주거 시설에서 프로그램과 생활 교정을 받으면서 '전인적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알게 된 것이 나의 '회복 탄력성'이었다. 부모님의 시야에서 벗어난 나의 사회적 페르소나는 꽤나 발랄하였다. 그리고 사정상 다시 원래의 '지역사회'로 본가에 돌아왔을 때 나는 사뭇 달라진 내 마음이 설핏 보였다. 하지만 결국 다시 병원을 찾게 되었고 덕분에 다시 '우리마을'에 입소하게 되었다. 담당 선생님과 여러 차례 상담을 받고 나의 개인사에 대해 가감 없이 솔직하게 털어놓게 되었는데, 마음이 후련하였다. '내'가 바뀌니 나의 '삶'도 바뀌어 가고 있음을 느끼는 감사한 나날이다.
어떠한 방식으로든 온전함과 온전치 못 함을 견디어 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키길 바라며 나의 독후감을 마무리한다.
온전함과 온전하지 않음의
사이를 오가는 것,
그것이 세상의 근본 속성이었다. - P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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