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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사 산책 세트 - 전18권 ㅣ 한국 현대사 산책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강준만 교수가 쓴 <한국현대사 산책>은 우리가 적당히 알고 지내던 바로 우리 앞시대가 얼마나 파란만장했고, 또 격렬한 시대인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있는 책이다. 1945년 광복 이후부터 1990년대 말까지 다루고 있는 이 책은 바로 우리 앞시대가 격렬한 투쟁의 시대였으며 때로는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원시적이고 맹목적인 분노가 분출되었던 시대였음을 알려주고 있다.
학교에서도 우리의 현대사는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 그저 큼직큼직한 사건 위주로 단편적인 정보만을 전달해주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보니 모두들 자신들이 살아온 그 시대의 감각으로 과거를 재단하려고만 한다. 때때로 독재도 독재로 바라보지 않고 발전으로 바라보고, 부정부패나 맹목적인 충성경쟁도 불가피한 과정으로 호도한다. 이 모든 행위들은 구체적인 자료에 의해 이루어지기 보다는 감성적인 자기만의 기억에 의해하여 이루어져 왔다.
그래서 이 책은 더욱 그 가치가 높다. 구체적으로 여러 사람들이 보고 듣고 남겨놓은 많은 자료들을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그 중에 가치있는 자료들을 중심으로 하여 정리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부분적으로 글쓴이의 관점이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부분도 없지 않지만 그래도 이처럼 방대한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해놓은 책이 아직 없었기 때문에 우리의 현대사를 알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한번쯤 읽어야만 하는 자료집 성격의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사건에 대해 보는 관점은 여러가지로 나타나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까지 원 자료마져 제대로 보기 힘든 사회적 조건 속에서 살아왔다. 그래서 현대사의 모습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고 부분적으로는 왜곡된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왔다. 이 책은 그런 부분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드러내 보여주면서 부분적으로는 독자들의 판단에 맡기고 있다.
그리 오래된 과거가 아닌데도 우리가 우리 민족의 현대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은 수많은 자료들이 부정한 힘을 발휘한 자들에 의해서 훼손되거나 없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아있는 일부 자료들마져 6.25 전쟁으로 인해 사라졌고, 그 틈을 이용하여 기존에 기득권을 지닌 자들이 그들만의 기억에 의해 역사를 잘못 기록하고 있는 탓도 크다.
이렇게 잘못 정리되어가고 있는 현대사의 기록들에 대해 강준만 교수는 광범위한 자료조사를 통해 재정립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현대에 접어들어 억울함게 죽음을 당한 이들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고 또한 잊혀지거나 무시된 이들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이들의 삶을 기록한 이 책을 읽으면서 이미 과거에 묻혀진 지난 문제들과 자료들을 광범위하게 수집하여 <한국현대사산책>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현대사를 재정리한 강준만 교수의 땀과 정성이 깃든 노력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