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 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
리영희, 임헌영 대담 / 한길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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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에 과연 선비는 있는가. 때때로 조선시대 선비들의 삶을 뒤돌아보면서 나는 스스로 이렇게 스스로 묻곤 한다. 내 주변에 학자들은 많이 있어서 그네들과 자주 교류는 하고 있지만 제대로 선비의 자세를 지니고 있는 학자들을 아직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말과 글 그리고 삶의 길이 일치된 삶을 살아가야 하는 선비의 길은 생각처럼 쉽게 누구나 갈 수 있는 길이 아니다. 지식이 많다고 해도 돈이 풍족하다고 해도 그 길을 가는 것은 그리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 리영희 한양대 명예교수의 삶을 문학평론가 임헌영 교수가 대담을 통해 정리해놓은 책인 이 책 <대화>를 읽으면서 나는 험난한 지난 시대를 살아오면서 삶의 원칙을 지킨 한 선비의 삶을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동안 그 분의 책을 통해서 그리고 때때로 몇 번의 만남을 통해서 짧게 이야기를 나누어보긴 했지만 이번에 그분의 생애 전부를 다룬 이 책을 통해서 지식인으로서 그리고 생활인으로서 곧게 뜻을 지니면서 이 시대를 살아온 한 선비를 뜨겁게 만날 수 있었다.

이 책에서 때때로 드러나듯이 직장을 그만두고 먹고살기 위해 거쳐야만 했던 힘겨운 삶의 과정은 지식인들의 삶과 현실적 삶의 괴리를 구체적으로 드러내 보여주면서 우리 시대에 선비로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가를 웅변하고 있다. 온갖 유혹에도 굳굳하게 견디면서 자신의 지조를 유지하고 살아온 리영희 명예교수의 삶은 어쩌면 우리 시대 마지막 선비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선비적 자세를 지닌 숨은 학자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살아 숨쉬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우리 사회가 지금과 같은 도덕성과 양심을 유지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우리 시대가 얼마나 자신의 지조를 지키면서 살기가 힘들었는가를 보여주는 리영희 교수의 삶은 현실에 안주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매서운 질책을 하는 것 같다.

이 책을 다 읽고나서 언론인으로서 그리고 학자로서 자신의 삶을 올곧게 꾸려간 지성인이 아직도 우리 곁에서 매섭게 세상을 지켜보면서 살아계신다는 것에 대해 다시금 고마움과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 부디 리 명예교수님의 건강이 오래 유지되어 혼탁한 사회의 목탁으로서 역할을 계속해 주시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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