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을유세계문학전집 105
알베르 카뮈 지음, 김진하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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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부조리를 성찰하는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

뫼르소는 엄마의 장례를 치렀다. 시종일관 무덤덤함을 유지한 그의 모습은 어딘가 어수선하다. 장례식장에서 담배를 피우고, 일반적이지 않은 카페오레를 마시며 슬픔을 호소하지 않는다. 식이 끝나고 그는 보통의 일상을 보낸다. 호감을 품었던 여자 마리와 재회를 하고 데이트를 즐긴다. 그리고 평범하게 주변 이웃들과 어울려지내다 뜻하지 않게 아랍인을 살해해 재판에 넘겨진다. 그는 자신의 살해 동기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다. 검사와 배심원들은 그의 미심쩍은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며 끔찍한 살인을 저지를 사람이었다고 확신한다. 그는 자신을 변호하기 보다 재판의 정당성, 평가의 근거에 더 의문을 가진다. 결국 그는 재판에서 자신을 지키지 못했지만, 죽음을 받아들이며 삶의 본질을 말한다.

 

'이방인'의 저자 알베르 카뮈는 소설을 통해 인간과 사상의 부조리함을 고발한다. 작가가 활동하던 시기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대립이 극에 달한 혼란한 시대였다. 배경과 맞물려 실존주의 알베르 카뮈의 글은 사람들에게 많은 찬사를 받게 되었다. 젊은 나이에 노벨문학상을 받게 된 데에는 이방인의 역할이 컸다. 이후로도 카뮈는 인간의 궁극적 실존을 탐구한 작품을 남기게 되는데, 현재 팬데믹 상황에 잘 맞는 페스트 책이 다시 재조명되고 있다. 그는 안타깝게도 교통사고로 이른 나이에 죽음을 맞이하고 만다.

하지만 한편으로 보면, 오늘이 아니라 어제 엄마의 장례를 치렀다고 해도 그게 내 잘못은 아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 보면, 어떤 식으로든 나는 토요일과 일요일의 휴일을 가졌을 것이다.

출처 입력

엄마의 장례를 치르며 뫼르소가 보였던 행동들은 사회 문화적인 잣대로는 일반적이지 않다. 엄마의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태도, 영안실에서 수위와 아무렇지 않게 수다를 떨며 담배를 피우는 모습, 카페오레를 찾아 마시는 행동. 죽음을 슬퍼하지 않는 태도의 그에게서 모두가 도덕적 결함을 찾는다.

장례에서 슬픔에 잠겨 우는 사람들에게 회의적이고, 모든 절차가 끝나고 나서 쉴 수 있다고 안도하는 모습은 독자에게도 낯설 수밖에 없다. 그는 어울려 다니던 프랑스인의 치정에 얽혀서 뜻하지 않게 살인을 저지른다. 살해 동기는 명확하지 않다. 그저 햇빛이 눈이 부셔서 총을 쐈다고 말한다. 타자의 시선에서 그의 모습은 이방인이다.

120. 나, 나는 귀를 기울여 듣고 있었는데, 내 머리가 좋다고 판단한다는 말이 들렸다. 그런데 나는 어떻게 보통 사람의 장점이 죄인에 대해서는 강력한 유죄 증거가 될 수 있는지 잘 이해할 수 없었다.

 

주인공의 살해 동기를 밝히기 위한 심문과 재판이 이루어졌다. 검사, 판사, 변호사, 증인, 배심원단, 기자들까지 뫼르소를 중심에 두고 그들만의 의견을 펼쳐간다. 마치 연극 놀이처럼, 사건 당사자의 생각과 말은 배제된다. 그들은 주인공의 엄마를 양로원에 보낸 시점부터 장례를 치른 후 행동까지 통합해 죄목을 붙인다. '아랍인 살해'의 직접적인 요인이 아닌 사회가 정해놓은 규칙과 통념이 뒤 섞여 그를 단죄하는 것이다. 도덕과 종교적인 심판으로 그를 판단하는 부조리한 재판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오히려 주인공을 배제한 이들이 이방인으로 느껴진다.

123. 내가 한 사회의 가장 본질적인 규칙들도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사회화는 아무런 유대가 없으며, 또 내가 인간 심성의 기본적인 반응조차 모르기 때문에 그것에 따를 줄도 모른다고 그는 공언했다.

 

한편의 코미디처럼 법정에서 뫼르소는 전혀 다른 사람의 일처럼 행동한다. 자신을 평가하는 근거는 무엇인지, 엄마를 대하는 주인공의 태도와 친부를 살해한 다음 재판의 죄목을 동일시하는지에 의문을 가질 뿐이다. 자신이 있는 법정에서 마치 존재가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결국 그는 자신의 형벌을 받아들인다. 죽음을 확신하니 삶의 가치가 눈에 들어오고, 주어진 생의 말미에서 다시 살아갈 희망을 찾는다. 인간은 실재하며 행복하고, 의미가 있음을 뫼르소는 말한다.

* 을유문화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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