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 다 읽은 것만으로도 나에게 박수를 보낸다. ..
영원한 회귀가 가장 무거운 짐이라면, 이것을 배경으로 거느린 우리의 삶은 찬란한 가벼움 속에서 그 자태를 드러낸다. 그러나 묵직함은 진정 끔찍한 것이고, 가벼움은 아름다운 것일까? 가장 무거운 짐이 우리를 짓누르고 허리를 휘게 만들어 땅바닥에 깔아 눕힌다. 그런데 유사 이래 모든 연예시에서 여자는 남자 육체의 하중을 받기를 갈망했다. 따라서 무거운 짐은 동시에 가장 격렬한 생명의 완성에 대한 이미지가 되기도 한다. 짐이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우리 삶이 지상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우리의 삶은 보다 생생하고 진실해진다. 반면에 짐이 완전히 없다면 인간 존재는 공기보다 가벼워지고 날아가버려, 지상적 존재로부터 멀어진 인간은 기껏해야 반쯤만 생생하고 그의 움직임은 자유롭다못해 무의미해지고만다. 그렇다면 무엇을 택할까? 묵직함, 아니면 가벼움?
그녀는 돌이킬 수 없는 어떤 짓을 저지르고 싶었다. 지나간 7년의 과거를 한꺼번에 지워버리고 싶었다. 그것은 현기증이었다. 머리를 어지럽히고 극복할 수 없는 추락의 욕구. 현기증을 느낀다는 것은 자기 자신의 허약함에 도취되는 것이라고 나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허약함을 의식하고 그것에 저항하기보다는 투항하고 싶은 것이다. 자신의 허약함에 취해 더욱 허약해지고 싶어하며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백주대로에서 쓰러지고 땅바닥에, 땅바닥보다 더 낮게 가라앉고 싶은 것이다.
시내를 한바퀴 돌자고 아파트를 나오는 순간, 프란츠는 어머니가 신발을 짝짝이로 신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당황했고 어머니에게 이 사실을 알려드리고 싶었지만 어머니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까 두려웠다. 그는 어머니의 발에서 눈길을 떼이 못한 채 두 시간 동안 그녀와 함께 거리를 걸어야 했다. 그가 고통이란 무엇인지를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그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