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기간이 한달하고도 몇일이 더 걸렸다.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면서 밤을 새며 읽어갈 정도로 책 이야기 그 자체에 흡입 되진 못했다. 하지만 싱클레어의 이야기들이 내 이야기인것만 같아, 비록 하루에 아주 적은 양의 독서였지만 읽을 때 마다 오랫동안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할까봐 두려워 읽기를 멀리하다가 읽은 후에 멀리했던 것을 뒤늦게 안타까워 하는 책이 종종 있는데 이 책이 그랬다. 헤르만 헤세, 데미안이라고 하면 정확히 알지 못하면서도 막연한 거리감과 두려움이 느껴지곤 했었다. 헤르만 헤세... 데미안... 신선한 충격이었다. 헤르만 헤세의 놀라운 분석력과 냉철한 시각에 그와 모순된 심적으로 미숙한 싱클레어의 공상력에 책을 펼 때마다 놀라고는 했다. 나의 내면, 저 깊은 곳에 숨죽이고있던 내게 손 내밀어 정말 내 자신도 몰랐던 모습들을 이야기 해준다. 싱클레어가 자신의 고민을 조금씩 해결해 나가며 성장해 갈때마다 읽는 나도 같이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선과 악, 신과 악마 등 무엇이 진정한 선인지, 신인지. 사실은 아무도 그 기준에 대해 알고 있지 않고 알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이 사실을 외면한 채 애써 모른 척 애써 못 본 척하며 살아왔는데 이 은밀하고도 감히 함부로 대할 수 없는 민감한 부분에 대해 헤르만 헤세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평정심 유지하며 이야기 해 나갔다. 모든 답의 열쇠는 싱클레어, 자기 자신의 손에 있었다. 데미안도 사실은 싱클레어의 또 다른 하나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데미안이 또 다른 싱클레어의 모습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왜 내에겐 데미안 같은 존재가 아직 없는 것인지 나에게 도로 물어본다. 특히 데미안의 카인 이야기는 참 인상깊다. 부끄럽지만 카인 이야기는 사실 거의 처음 들어보는거라 아직도 여전히 내용을 100% 이해하지는 못하는데, 우리가 선과 악이라고 구분지어 생각하는것이, 지금까지 그렇게 생각해왔던 모든 사실들이 사실은 아닐수도 있다는 말에 망치에 머리를 맞은 듯 한 느낌이 들었다. 아무튼 다음에 다시 한번 더 책을 읽고 더 많은 연구를 해 봐야 할 것 같다. '내 속에서 솟아 나오려는 것. 바로 그것을 나는 살아보려고 했다. 왜 그것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