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다가, 뭉클 - 매일이 특별해지는 순간의 기록
이기주 지음 / 터닝페이지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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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의 표지를 봤을 때 부터 "뭉클" 이라는 단어가 이상하리만치 내 마음을 움켜쥐는 느낌이 들었는데, 아마도 내 책이 될 운명이었나 보다. 

마흔이 넘어가면서 삶에 대해 느끼게 되는 감정은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내 체력이 예전같지 않으며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과 비슷하겠구나 생각하면, 하루하루가 더 소중해 진다.그래서인지 "작가의 글" 첫 문장에서 부터 매 문장이 너무 나와 같아서, 당황스러울 정도 였다.


생이 유한하다고 느껴지는 나이가 되었다. 

어쩌면 이때부터 일상이 더 소중해졌고, 그림과 글쓰기가 그래서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매일 스쳐 지나가던 편의점이 유의미해졌고 매일 다니던 골목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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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누군가도 나처럼 살고 있다는 사실에 공감과 위로를 얻는 정도면 참 좋겠다.

<작가의 글>에서


심장에 굳은 살 박일 만큼 중년이 됐지만, 작은 상처에도 아파한다. 

사는 게 다 그런 건데도 아직도 마음대로 되지 않아 파르르 떤다. 

잘 아는 길에서 길을 읽고 길을 묻는다.

나는 아직 어린애.

70p


유튜브 이기주의 스케치를 운영하고 있는 이기주 작가의 그림 에세이인 "그리다가, 뭉클"은 무려 113점이나 되는 이기주 작가의 그림이 수록되어있다고 한다. 

만년필이나 라이너로 세심하게 그어진 선들도 있는가 하면, 수채 물감으로 색을 입혀 한결 부드러워진 그림들도 있었다. 



맘에 드는 그림에 잠시 멈춰 있다 보면  어느 새 나는 그림안에 들어가 있었다. 마음이 쓸쓸해 지기도, 따뜻해 지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들었던 그림은, 라떼를 엎질러서 그참에 그냥 커피를 주재료로 그린 그림이었다. 작가의 말처럼 인생도 그림도 참 재밌다.



어느 날 이기주 작가가 힘들고 지친하루를 보내고 강변북로를 따라 차를 타고 가는길에 여의도의 노을을 그린 그림이 있는데, 그 예쁜 여의도가 매우 생소하면서도 누군가에게는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게 신기하게 다가왔다. 

개인적으로는 근무지가 여의도인 관계로, 여의도에 대해서는 예쁘다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고 벗어나고 싶은 곳 또는 무채색으로만 기억되는 곳이다.

하지만 이기주 작가의 그림안에서의 나는, 저 건물안 어딘가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그래도 꽤 괜찮은 사람이 된 것 같아 "뭉클"했다.



이기주 작가가 그림에 빗대어 인생을 표현하면서, 계속해서 우리에게 해주는 말이 있는데 이 두가지는 꽤 마음에 남았다.

지우개를 쓰지말고, 실수한 선은 그냥 놔두라는 말.  빛을 그리려면 반드시 어둠을 그려야 하니 지금 어둡고 힘들다면 분명 빛나는 내가 있을 거라는 말.


실수한 선을 지울 필요는 없더라. 오늘 하루의 마음처럼 삐죽 튀어나간 선이 그림을 좀 더 풍성하고 살아있게 한다. 

실수한 선이 다음 선을 그을 때 길잡이가 되어주면서 오히려 반듯해 진다. 지우고 다시 선을 긋는다고 더 나은 선을 그을 확률은 그다지 크지 않다.

지우개 똥으로 지저분해지고 종이만 너덜 너덜해질 뿐이다. 그러니 실수한 선을 그대로 놔두는 용기가 필요하다.

134p


그림이란 게 인생을 많이 닮았다. 지금 깊은 어둠 속에 있 다면 어쩌면 밝게 빛나는 내가 그려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헤어나올 수 없는 어둠이 칠흑 같을지라도 결국은 더 밝은 나를 완성해 줄 거라는 것을 알게 되면 이쯤은 견딜 수 있을 것만 같다. 

218p


유튜브 이기주의 스케치를 즐겨보며 그림을 새로 시작하는 독자분들의 연세가 주로 60-70대 분들이 많다고 한다. 

이 책이 나에게 그림을 그리기에 늦지 않았다고 계속해서 말해주는 바람에,  결국 나도 이기주 작가의 드로잉 책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터닝페이지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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