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가 준 선물, 감자 이야기
래리 주커먼 지음, 박영준 옮김 / 지호 / 2000년 2월
평점 :
품절


17,18세기의 유럽인들이 그토록 (물론 소수의 부자를 제외하고) 가난하게 살았다는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지금의 우리는 음식의 맛을 즐기고 살찌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데 그 당시 그들은 생명을 유지하는게 삶의 가장 큰 목표였다니. 놀라운 일이다. 하긴, 그렇게 보면 우리에게도 보릿고개 같은 것이 있던때도 30년정도 전밖에 안되는데, 사람은 이렇게 편해지면 힘들었던 시기를 깜빡 잊어버리는 듯 싶다.

감자는 식량이고 곧 생존과 관계되었다. 역사속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부자와 빈자들의 삶. 땅을 소유한 이는 부유함과 낭비를 즐기고, 빈자는 감자라도 심어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모습들은 그리 낯설지 않았다. 우리에게 그것이 돈이라는 것으로 바뀌었을뿐 아닌가. 이미 많은 돈을 가진 자는 돈으로 돈을 벌며 유흥을 즐기고, 없는 자는 그 돈을 얻기 위해 할짓 안할짓 다 하고 말이다. 역사를 읽으면서 늘 생각하는 건 시대는 늘 많이 바뀌지만 그 것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인 사람은 별로 변하는게 없다라는 것이다. 그래서 역사는 되풀이 되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종류의 책, 즉 별 의미없어 보이는 한가지 사물에 대해 얽힌 역사를 기술해 나가는 책은 일반적인 역사책에 비해서 꽤 흥미롭다. 역사 서술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기 보다는 세세한 상황들과 생동감있는 묘사에 더 많은 지면을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감자같이 먹는 것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다 보니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삶의 의식과 행동들이 드러나게 된다. 꽤 흥미로운 책이며 덧붙여 풍부한 지식도 얻을 수 있다.

오늘은 감자를 식탁위에 올려야 겠다. 아일랜드, 영국등 수많은 빈민들의 목숨을 구해주었던 (물론 우리나라도 포함하여) 한 식물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서 말이다. 그 맛과 영양을 듬뿍 느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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