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가 행복을 줄게 - 엄마와 아이가 서로 마주하며 나눈 가장 아름다운 대화의 기록
오소희 지음 / 큰솔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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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키우는 부모라면, 특히 엄마라면, 아이가 마악 말을 하기 시작하는 두어살 언저리부터 네살, 다섯살, 여섯살을 거치면서 쏟아놓는 보석같은 이쁜 말들을 기억한다.

어쩌면 이런 말을 할까 싶게 감동하기도 하고, 가슴이 뭉클하기도 하고, 또 머리를 치며 새롭게 깨닫기도 하는 아이의 말들은 아직 세상에 물들어 계산을 모르는 순진한 마음이, 그대로 세상을 제 마음에 비추어 들여다보며 꺼내 놓는 진주알 같다.

그 말들에 울고, 웃고, 감동하다가 어느새 아이가 어른의 말투를 흉내내는 걸 깨닫고 씁쓸해 하기도 하고 깜짝 놀랄만큼 거칠거나 버릇없게 말하는 걸 보고는 다시 또 가슴을 치게도 된다. 그러면서 생각하는 것이다.

어린시절에 그렇게 이쁘게 쏟아 놓던 그 말들은 그 시절이 아니면 다시 들을 수 없는 소중한 무엇이었다는 것을...

 아이와 떠난 세상여행을 이미  두 권의 여행기로 풀어 놓은 여행작가 오소희는, 그녀만큼 유명한 아들 중빈이와 나눈 말들을 절대 흘려버리지 않았다. 중빈이가 네 살때 부터 일곱살 때 까지의 대화를 그녀는 차곡차곡 기록했다.

그녀는 이 기록을 '평범한 엄마와 평범한 아이가 사랑이라는 조건 없는 신비를 만나 '특별해지는' 순간을 차곡차고 포착해 둔 것'이라고 했지만, 읽다 보면 엄마와 어린 아들의 이 대화들이 얼마나 비범하고, 아름답고, 또 깊이있는 것들인지

놀라게 된다. 그리고 정말 감동하게 된다.
엄마와 아이는 아주 사소한 것과 작은 것들에 머리를 맞대고, 아주 아무렇지 않은 것들과 또 특별한 일들을 이야기 하고 사랑과 성과 짝짓기와 죽음과 떠남과 우주, 그리고 그 너머에 있는 것들까지 생각의 가지를 뻗어 나간다. 그 가지는 참 유연하고 넓어서 같이 따라가다 보면 내 마음도 아이처럼 대책없이 넓어지고, 아이처럼 탄력있게 아무것에든 튕겨 뛰어 오를 것 만 같다.

 아이에게는 부모가 세상의 첫번째 스승이자 창이 된다. 특히 아이를 낳고 가장 가까이에서 오랜 기간 아이를 돌보는 엄마는 아이의 세상을 제일 먼저 열어 주는 안내자일 것이다. 그 안내자가 따스하고, 부드럽게 아이가 물어오는 세상의 많은 것들을 정성껏 진심을 다해 안내하고, 이야기 해 주고, 보여주고자 한다면 그 아이는 그렇게 첫 세상을 알아 갈 것이다. 그리고
그 위에 단단하고 아름다운 제 집을 짓기 시작할 것이다.

 엄마와  아이가 나눈 이 대화들의 절반은 영어로 이루어져 있다. 영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하는 엄마 밑에서 자란 중빈이는 영어와 한국어 모두 능숙하게 하는 아이로 자랐기 때문이다. 상대방과 동등한 위치에서 '나와 너'로 대화하는 영어권 문화의 영향때문일 수 도 있겠지만, 2개국어를 넘나드는 모자의 대화는 그만큼 다양하고 또 자유롭다.
영어를 맘대로 구사하고, 아이가 세 돐 지났을 때부터 터키와 아랍, 동남아와 아프리카로 함께 여행을 다녔던 두 사람에 대해 혹 어떤 이들은 색안경을 쓰고 볼 수 도 있다. 특별한 능력을 지닌 엄마 밑에서 특별한 경험을 하며 자란 아이기 때문에 그런 감성과 표현을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는 것이다.
그럴 수 도 있다. 그렇지만 그 모든 경험들을 떠나서 한 아이를 대하는 한 엄마로서 오소희의 관점과 자세는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전해준다. 그것은 아이로 인해 달라진 삶과 인생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아이가 가져오는 변화화 배움에 기꺼이 열려 있어서 그 아이와 함께 성장하고자 하는 사람만이 얻을 수 있는 행복과 깨달음들이다.

 아이와 함께 하는 저녁 산책길에서 날개돋이를 하고 있는 매미를 발견한 아이가, 매미의 날개가 더 펴지는 것을 보고 가자며 매미 앞에 주저 앉는다. 한 시간이 지나도 매미의 날개는 더디게 펴지고 아이는 움직이지 않는다.
그 사이 밤은 깊어 버리고 모기는 달려 든다. 두 시간이 지나도 아이는 변함없는 흥분과 기대를 안고 그 앞에 앉아 있다.

자정이 지난 어두운 길가에서 매미의 날개가 펴지는 그 순간을 함께 지켜보는 엄마와 아이를 떠올리다가 나는 정말 전율했다. 아이의 세상을 아이의 눈으로 본 다는 것, 아이와 함께 그 세상에 같이 머문다는 어떤 것인지
그대로 알 수 있었던 것이다.

마침내 매미는 허물을 벗고 아름다운 연둣빛 어린 매미로 태어 났다. 그리고 그 탄생을 함께 지켜 본 엄마와 아이의  마음속엔 더 아름다운 날개가 돋아났을 것이다.

 이 책은 이처럼 예상하지 못했던 전율과  배움을 우리에게 안겨 준다.

더불어 책의 끝머리에서 그녀는 세상의 모든 엄마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들로 따스한 격려를 잊지 않는다.

'남들이 다 해내며 살고 있는 일을, 가까스로 남들과 같이 해낼 뿐이더라도, 지친 우리들, 한 번쯤 다시 알아야 한다.

그 작은 일에
흔들리지 않는  숭고함이 있다는 것' 을.....

 격려와 위안과 끄덕끄덕 깨달음을 주는 이 책을 읽으며 앞으로도 오래 오래 이어질 내 엄마노릇에 진심으로 힘을 얻었다.

당신도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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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D] 이웃집 토토로 (한글자막) (2disc)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 / 월드디지털엔터테인먼트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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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어른이 모두 빠져드는 만화, 보고, 또 보고, 또 보고 싶은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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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
채인선 글, 이억배 그림 / 재미마주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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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하고, 웃음나고, 재미나고, 배부른 동화책 할머니의 넉넉한 인심이 넘쳐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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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7-23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채인선 작가의 <시카고에 간 김파리>가 새로 출간되었습니다.
 
사흘만 볼 수 있다면 - 헬렌 켈러 자서전
헬렌 켈러 지음, 이창식.박에스더 옮김 / 산해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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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인에서 인간으로 내려와 나를 울리는 헬렌켈러를 만나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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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 오브 뮤직 SE (2disc) : 40주년 기념판 - 아웃케이스 + 북클릿 포함
로버트 와이즈 감독, 줄리 앤드류스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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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가족이 보고, 보고, 또 보고 싶은 영화 영화에 얽힌 얘기거리도 풍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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