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와 초컬릿 공장

찰리와 초콜릿 공장 (양장) - 로알드 달 베스트
로알드 달 지음, 퀸틴 블레이크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2004년 2월

어렸을땐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것이 초코파이였다.

손님이 사오시거나, 소풍가는 날 같이 특별한 날이 아니면 얻어 먹기 어려운 것이었기 때문에

어쩌다 초코파이가 생겨 그 투명한 비닐 포장지를 벗기는 순간이 오면 그 설레임과 기쁨은

이루 말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과자나 사탕, 초컬릿같이 맛있는 음식을 질리도록 실컷 먹어보는게 소원이었던 나는

동화도 '헨델과 그레텔'에 가장 끌렸다. 과자로 만든 집이라니.. 삽화가 없어도 충분히

상상 할 수 있었다. 초컬릿으로 된 벽과 빵으로 된 지붕과 사탕 유리창과...

잠자리에 들면 나는 과자로 만든 집을 열심히 상상했다. 지붕은 뭘로 만들까.. 방석은 초코파이로

할까.. 비스켓은 계단을 만들고.. 아, 다 지으면 어디부터 먹기 시작할까...

이런 상상을 하며 잠이 들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과자로 된 집을 실컷 뜯어먹는 꿈은

꾸어보지 못했다.

이 책엔 내가 어린 시절 상상했던 모든것과, 상상도 못해본 모든 것이 등장한다.

모두 끝내주게 맛있는 모습으로 말이다.

찰리는 지독하게 가난한 집 아이다.

낡은 집에서 친할머니, 친할아버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부모님과 함께 산다.

매일 먹는 음식을 걱정해야 하는 찰리에게 더 힘든 일은 찰리네 집 근처에 세계에서 가장 큰

윙카의 초컬릿 공장이 있다는 것이다. 하루에 두번씩 그 앞을 지날때마다 찰리는 진한

초컬릿 향기를 깊숙히 들이 마신다.

일년에 딱 한번 생일에만 맛 볼 수 있는 윙카의 초컬릿은 찰리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다. 초컬릿을 실컷 먹어 볼 수 있었으면.. 찰리의 소원이다.

그러던 어느날 놀라운 소식이 세상을 들썩인다.

윙카의 초컬릿 공장을 운영하는 윌리 윙카가 다섯명의 어린이를 공장으로 초청해서

지금까지 공개하지 않았던 모든 제조비법과 신기한 기술을 보여주고, 돌아갈 때는

평생 먹을 수 있는 초컬릿과 사탕을 기념품으로 준다는 것이다.

다섯장의 황금빛 초대장은 윙카의 초컬릿 포장지 밑에 숨겨져 있다.

전 세계는 이 초대장을 찾는 일에 매달리며, 마침내 행운의 아이들이 하나 둘씩 나타나는데..

기적처럼 마지막 초대장을 찰리가 발견하고 마침내 찰리와 아흔이 넘은 조 할아버지가

다른 가족들과 함께 윙카의 공장을 견학하게 된다.

그리고 공장에서 그들이 보게 된 것은 정말 숨막히게 놀랍고 기막힌 것들 이었다.

초컬릿이 흘러내리는 폭포, 박하설탕으로 된 풀밭, 아무리 빨아도 작아지지 않는

'영원한 왕사탕'  하루 분의 음식이 모두 들어있는 마법의 껌에, 유아들을 위한

핥아먹는 벽지, 추운 날씨에 좋은 따끈한 아이스크림, 초코 우유를 짜는 젖소도 있었다.

신제품 개발의 천재 윌리윙카의 놀라운 제품들에는 이런 것들도 있다.

밤중에 누워서도 먹을 수 있는 '형광 막대사탕', 한달간 이를 초록색으로 물들이는

'박하향 대추젤리', 잔소리 많은 부모 입을 잠재우는 '아교 턱', 수업시간에도

먹을 수 있는 '투명한 초컬릿', 빨고 나면 일곱 색깔의 침을 뱉을 수 있는 '무지개 사탕'같은것

말이다. (제목만 읽어도 신나고 재밌다. )

저자 로알드 달은 놀라운 상상력으로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까지 매혹시키는

윌리 윙카의 초컬릿 공장을 창조해 낸다. 단순히 맛있고 신기한 초컬릿들에 대한 묘사

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제대로 교육시키지 못하는 부모들에 대한 신랄한 풍자와

버릇없고 무례한 아이들에 대한 따끔한 경고도 특유의 유머로 풀어내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가난하지만 마음 착한 찰리가 윙카의 놀라운 초컬릿 공장을 물려받게 되기까지 모험을 담은

이 책은 반나절을 실로 유쾌하고 행복하게 이 책에 매달리게 한다.

지금은 초코파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상상은 여전히 나를 행복하게 한다.

나도 가끔은 '무지개 사탕'을 먹고 일곱색깔 침을 밷어보고 싶다. 삼키면 배에서 신나게

꿈틀꿈틀 거리는 '꿈틀꿈틀 사탕'도 아이와 같이 먹으면 얼마나 신기할까.

해리포터 시리즈를 읽으면서 '모든 맛이 나는 젤리'가 갖고 싶었는데, 윙카의 신제품이

훨씬 더 매혹적이다.

오로지 순수한 상상력이 빚어내는 재미와 감동에 한 나절 쯤 푹 잠겨보라.

어른들에게도 여전히, 아니 아이들보다 더 환상과 상상과 유모어는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