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대안기업가 80인
실벵 다르니 외 지음, 민병숙 옮김 / 마고북스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한 해가 저무는 이맘때면 지나온 시간에 대한 회한과 다가오는 새날들에 대한 계획들로

몸도 마음도 분주해지기 마련이다.

이럴때는 기왕이면 절망보다는 희망을 찾고 싶고, 슬픔보다는 감동을 얻고 싶은것이 인지상정이다.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범 지구적인 희망과 감동을 얻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흔하게 비관을 털어놓는 환경론자들의 주장보다, 직접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일에

뛰어들어 눈부신 성과를 이루고 있는 실행가들의 이야기에 예상못한 감동과 새로운 에너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 우선 이런 것을 상상해보자.

. 병원의 수익으로 환자 중 3분의 2는 무료로 치료해 주고 성능 좋은 의료기구를 통상가의

절반 이하로 공급한다.

. 도심의 교통망이 매우 편리하고 쾌적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자동차는 일년에 단 몇 시간만

사용하면 충분하다.

. 당신이 일하거나 거주하는 건물이 소비하는 것보다 더 많은 양의 에너지를 생산한다.

난방기구나 에어컨도 필요없다.

. 당신이 매일 사용하는 포장 용기들이 더 이상 토양과 하천에 축적되지 않고

당신과 당신 자녀의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재활용된다.

. 은행에서는 4분의 3에 해당하는 고객들이 극빈상태를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다.

물론 수익을 올리면서..

. 자신의 나라를 초강대국으로 만들어줄 목재를 공급하기 위해 수천 핵타르의 숲을 개발한다.

그러나 생태계를 위태롭게 하지는 않는다.

 말은 그럴듯하지만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하는가? 이론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믿는가.

놀랍지만 이것들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그리고 그 일들 속에는 이런 놀라운 일들을 구상하고, 실천하고, 성공시킨 위대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 책은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일을 하면서도 하나의 기업으로서 성공을 이루고 있는 전세계의 대안 기업가를 찾아 세계일주를 한 두 명의 프랑스 청년의 '사람 여행기'이다.

올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함으로써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방글라데쉬의 '무하마드 유누스'교수가

이 들 여행의 동기를 제공해 준다. 아무런 담보도 없이 극빈자들에게 돈을 빌려주어

최소한의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움으로써 수많은 극빈자들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준 '그라민 은행'을 창설한 유누스 교수의 이야기에서 그들은 이익을 창출하는 동시에

인류에게 공익을 주는 행동가의 이상적인 모델을 보게 된다.

실뱅과 마튜는 전 세계에 더 많은 유누스가 존재한다고 믿었다. 그리고 그들을 찾아 세계를 여행하기로 결심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찾아가는 사람들을 '대안 기업가'라고 불렀다. 이들은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과격한 주장과 시위를 하는 대신, 그 방법을 찾아 구체화하고 실현해 가는 사람들이다.

'미래 세대들이 쓸 자원을 위태롭게 하지 않으면서 극빈층을 포함한 현 세대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개발'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개발에서 뛰어난 성과를 얻은 사람들이다.

이 대안 기업가들을 찾아 두 청년은 440일간 4대륙 38개국을 여행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 중에 80명의 인물들을 구체화 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80명의 대안기업가들은 다양한 도전에 맞서면서 지속가능한 세계를 구축하는데 기여하고 있는 영웅들이다.  

 그 영웅중의 한 명은 피터 말레즈다. 그는 벨기에 사람으로 효력이 뛰어나면서 환경을 전혀 오염시키지 않는 세제를 생산하고 유통시키는 사람이다.

유럽의 한 가구에서 빨래를 하는데 연간 평균 40킬로그램의 액제 세제를, 식기 세척에 10킬로의 분말세제를 사용한다고 한다. 이 세제들의 약 30%가 인산염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 독한 성분은

수질환경의 균형을 파괴한다. 한 가구가 1년에 넓이 6핵타르, 깊이 1.5미터의 호수 하나를 오염시키고 있는 것이다. 피터말레즈는 에코버라는 회사를 설립해 자연요소를 이용해서 대기업제품보다 뛰어나면서 28일만에 생물학적 분해가 일어나는 친환경 세제를 개발한다. 제품이 알려지고 회사가 성장하면서 그는 공장역시 생태적으로 건설한다. 지붕에 잔듸를 덮어 여름과 겨울의 온도조절과 주변 새들의 서식지를 동시에 해결하고, 공장에서 사용되는 95%의 폐기물이 재활용되며, 사용한 물도 재처리하여 처음 들어올때보다 깨끗한 상태로 배출한다. 더 나아가 그는 에코버 제품의 성분과 제조방법을 고객과 경쟁사에 제공한다. 모든 기업들이 생태적으로 더 좋은 방법을 선택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농약과 살충제 대신 해충을 없애는 천적을 연구해서 농사에 이용함으로써 적은 비용으로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모든 공단이 서로 연계하여 자원을 순환하고 재활용함으로써 거대한 공단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을 현저하게 줄이는 시스템을 정착시킨 사람도 있다.

'맥도날드'같은 거대 패스트푸드 회사에 맞서 지방의 고유한 생산물과 그것들로 만들 수 있는 전통요리를 찾아 보존하고 알림으로써 지역경제를 살리는 한편, 고객들에게 더 신선하고 좋은 음식을 제공하는 단체를 정착시키는 운동가의 얘기도 있다.

인도의 고빈다파 벤가타스와미라는 80세의 의사는, 노화나 영양실조로 생기는 백내장을 수술하기 위해 구입해야하는 인공수정체를 직접 개발함으로써 선진국의 30분의 1가격인 단 10달러의 비용으로 수술비용을 낮추는데 성공했다. 그는 한 수술실에서 여러명의 환자들을 수술하는데, 한 수술이 끝나면 바로 뒤돌아 다음 환자를 수술하고, 그 사이 간호사는 먼젓번 환자의 수술을 마무리하는 방식으로 미국에서는 1700달러를 지불해야 하는 수술을 단 10달러에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그가 세운 아라빈드 그룹은 현재 5개의 병원을 운영하면서 한 해 150만명 이상의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는데, 연간 20만건의 수술 중에서 47%는 무상으로, 18%는 원가보다 저렴하게 제공된다. 즉 35%의 유상환자에서 얻어지는 수입으로 전체 제정을 충당하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병원에 오는 어떤 사람도 소득을 증명하도록 요구받지 않는다. 누구나 원하면 무료로 수술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 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이 병원이 지향하는 모델에 대한 신뢰감을 바탕으로 기꺼이 자신의 형편에 맞는 치료비를 지불한다. 지금까지 이 병원을 거쳐 간 환자는 1600만명에 이른다.

어떤 단체의 도움도 없이 자력으로 운영하며 이렇게 엄청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고빈다파는 이제 안과 수술을 넘어 저개발 국가에 존재하는 청각 장애자 2억 5천만명을 목표로 저렴하고 우수한 보청기를 제공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응급실 비용이 없으면 아무런 치료도 받지 못하고 나와야 하는 미국의 현실을 볼때, 어느 나라가 더 살기 좋은 국가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인가.

 주민들을 교육시켜 생태와 환경을 지키고 보전하는 것이 그들의 경제를 더 윤택하게 하고 발전하게 한다는 것을 보여준 네팔의 찬드라 구룽이나, 대도시에서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하여 질 좋은 퇴비로 만들어 다시 돌려주는 기업가, 경제적으로 수익성있는 태양열 발전기를 개발하는 일의 성공을 앞둔 학자, 자동차 공화국 미국에서 자동차 나눠타기 운동을 벌려 고무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는 미국인, 박테리아가 분해시키는 플라스틱을 개발하고 있는 사람, 에이즈로 고통받는 아프리카인들을 대상으로 에이즈 예방법을 재미있는 드라마로 만들어 방영함으로써 놀라운 예방성과를 거두고 있는 젊은이에 이르기까지 이들과 함께 80인의 대안기업가들을 만나고 있노라면, 한 인간의 의지와 열정이 얼마나 놀라운 힘과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새삼 깨닫고 고개를 숙이게 된다.

 그러나 읽는 내내 아쉬웠던 것은, 실뱅과 마튜가 찾아낸 대안기업가 중에서 한국인은 단 한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왜 우리나라에서는 아라빈드 같은 병원이 존재할 수 없을까.

덴마크의 생태산업단지처럼 거대한 공업단지들이 서로 자원을 공유하고 순환하고 재활용하는 시스템이 정착될 수 없을까. 한 사람의 창의적인 제안과 열정이 받아들여지고 인정받는 열린 사회가 아직 요원하기 때문일까. 수도권이전에서 지방의 각 혁신도시, 특화도시등 역사상 유래없이 전국적인 개발 광풍이 불고 있고, 소규모 농가 대신 기업화 농업만이 살길이라고 믿는 정치인들의 행태는 우리 사회가 진실로 소중한 것을 소외시키고, 외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 없다.

 날로 심각해지는 공해와 도시화, 에너지를 담보로 한 전쟁과 테러, 오염과 기상이변..

우리는 이런것들에 대해 쉽게 비관하고, 냉소를 보내고, 혹은 대기업이나 정부를 욕하며 그들이 주범인양 손가락질 한다. 

그러나 유럽의 한 가정이 1년에 호수 하나를 오염시키듯, 우리의 일상도 매일 생명과 환경을 죽이는 삶이 아닌가. 그렇다면 거꾸로 우리의 일상 하나를 바꾸면 지구의 호수 하나를 살릴 수 있는 힘도 역시 우리에게 있는 것이다. 이 글에 등장하는 80인의 대안기업가 역시 자기로부터 변화를 시작하여 그 변화를 키워나간 또 다른 우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나면 한동안은 미래가 그렇게 비관적이지많은 않다는 위로를 얻기도 한다. 나보다 뛰어난 누군가가 이 지구를 위해서 더 좋은 시스템과 발견과 업적을 이루고 있으리라는 안도말이다.

그러나 단지 그런 안도반을 얻었다면 이 책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문제를 인식하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서 실천하고, 그 실천을 확대시킬 수 있다면 우리 역시 우리 삶의 대안들을 제시하는 행동가들이 될 수 있다.

생활속에서 작고 의미있는 실천들로 이어지지 않으면 수많은 대안기업가들이 더 나타나도

우리의 미래는 힘겨워 질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주부들이라면 부엌부터 살펴보자. 내 일상이 호수 하나를 살리고 있는지, 죽이고 있는지 돌아보자. 작지만 중요한 것들을 바꿀 수 있으면 어서 바꾸자. 새해에는 거창한 계획들 대신, 이렇게 나도 살리고 세상도 살릴 수 있는 작은 실천부터 계획해 보는 것이 어떨까.

 잊지말자.

당신도 나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그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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