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얼 CEREAL Vol.11 - 영국 감성 매거진 시리얼 CEREAL 11
시리얼 매거진 엮음, 이선혜 옮김, 박찬일 글, 선우형준 사진 / 시공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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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먹는 시리얼처럼, 가장 먼저 읽는 책이라는 뜻을 가진 『시리얼Cereal』은 북유럽 느낌의 매거진이다.

이 책속의 여행지는 '상업적으로 잘 알려진 관광명소'가 아닌,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머물지 않은 곳들이다.

여행지 뿐만 아니라 음식, 자연, 예술 등도 화려하기보다는 단조롭고 편안한 것들이 많이 소개된다.  

 

이번 시리얼 한국어판에서는 박찬일 셰프가 특별 기고를 했다. 그리고 무인양품 아트 디렉터인 히라 겐야의 인터뷰도 담겨있다.

그 외에도 예술&디자인, 스타일, 탈출 3파트로 나뉘어 '시리얼'만의 여유롭고 자연적인 느낌을 담고 있다.

 

 

 

 

 

 

 

일본의 라이프 스타일을 표방하는 '무인양품(MUJI)', 우리나라에서도 꽤 인기를 끌고 있는 브랜드이다.

브랜드라고 말하는 것보다 '노브랜드'라고 말하는 편이 더 어울린다.

무인양품의 모든 제품들은 심플하기 이를 데 없다. 상표도 없고 흔하게 찍혀있는 문구도 없다. 대부분의 제품들이 화이트, 아이보리, 그레이 등 깨끗하고 깔끔한 색을 추구하는 것 같다.

 

무인양품은 '상표 없는 질 좋은 제품'을 의미하고, 준말 무지(MUJI)는 '상표가 없다'라는 뜻이다.

'광고나 홍보를 자제하며 제품 디자이너가 누구인지 밝히지도 않고 제품 포장은 최소한으로 한다(p.19)' 

아트 디렉터인 히라 겐야는 비움이라는 의미를 제품에 담는다고 한다.

 

"비움은 누가 어떻게 그것을 이용하든 궁극적 자유의 추구와 같습니다.

텅빈 물체는 모든 이미지를 담을 수 있으며 그 어떤 용도로도 쓰일 수 있죠"

 

 

히라 겐야의 취향이나 개인적인 철학에 대한 인터뷰는 흥미롭기도 했다. 어떤 물건 또는 디자인에서 가장 깊은 만족감을 느끼는지에 대한 답으로 '오니기리(일본식 주먹밥)'라고 답했으니 재밌는 사람같기도 했다.


 

 

 

 

 

한국어판 특별기고로 '박찬일 셰프'의 인터뷰가 나온다.

'맛을 기억하는 4가지 방식'으로 재료, 추억, 도구, 사람을 꼽았고 이에 대한 셰프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 중에서 '추억'에 대한 이야기 속 '결핍 상태에서 뇌의 회로에 저장된 음식들'이라는 부제가 인상깊었다.

우리의 뇌는 풍족한 상태에서 먹은 음식보다는 결핍 상태에서 먹은 음식을 더 잘 기억한다는 내용이었다.

 

박찬일 셰프가 기억하는 음식은 군대 신병교육대에서 허겁지겁 먹었는 건빵과 어릴 적 야반도주하면서 먹었던 퉁퉁 불어터진 잔치국수 한 그릇, 토스카나에서 먹고사는 일의 막막함을 느끼며 먹었던 소 내장과 토마토가 들어간 싸구려 냄비 요리였다고 한다.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먹은 잘 만든 음식보다 우리는 왜 억압 아래서 먹은 대충 만든 음식을 더 잘 기억할까.

그리하여 왜 먹는 일이 더 굴욕적이고 비참한 본능이라는 것을 상기하게 될까.

결핍은 맛을 기억하는 뇌의 동력을 최대로 끌어다 쓰는 것일까."

 

 

셰프의 개인적인 생각을 듣는 일은 처음이었는데, 대부분 요리를 배우며 겪었던 이야기들이었다. 그냥 소소한 이야깃거리정도?

자신만의 요리 철학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은 궁금했는데 아쉬웠다..

 

 

『시리얼』은 매 호마다 일본의 건물, 여행지가 자주 등장하는 것 같다. 한국에도 경치 좋고 조용조용한 장소들이 많을 거 같은데, 다음 호에는 한국 여행지나 음식들이 소개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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