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여 바다여 1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10
아이리스 머독 지음, 안정효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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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커문학상 수상작인 아이리스 머독의 <바다여 바다여>

 

작가 아이리스 머독은 21세기를 앞두고 여든살이었던, 1999년에 죽은 작가이다. 영국이 사랑한 20세기 대표적 지성으로 철학자이자,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였던 그.

<바다여 바다여>는 회고록 같기도 한 장편소설이다. 그래서 읽다보면 작가의 회고록 같기도 하다. 

이 책의 주인공인 찰스 애로우비는 바닷가 근처 바위 꼭대기에 있는 '슈러프 앤드'라는 집에서 살면서 자신의 삶을 회고하는 책을 쓴다. 배우이자 연출가였던 그는 지난날 배우생활을 하면서 만났던 연극배우들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에 대해 이야기하기도한다. 날짜를 적지않은채 시간도 적지않은채. 그때그때마다 그는 책을 펼쳐서 글을 쓰기 시작한다.

 

그는 연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개성의 밑바닥, 그리고 꼭대기는 정말로 감정이 존재한다. 중간은 연기(演)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온 세상은 무대요, 연극은 항상 인기가 있으며 존재하고, 모든 예술 가운데 가장 저속하고 기막힐 정도로 현실 모방적이기는 해도 삶과 같다. (중략)

그런 관점에서는 '일반적인' 연극은 삶과 비슷하고, 극작가들은 아주 훌륭하기 전에는 부끄러운 거짓말쟁이들이다. (p.53)

 

우리가 사는 인생의 한 막을 써내려가는 연극, 그리고 우리가 더 밀접하게 접하고 있는 드라마,영화가 떠올랐다.

어떤 삶은 현실과 너무도 닮아서 사람들의 공감을 사기도 하고, 눈물을 사기도 한다. 현실모방적이기는 해도 삶과 같은 예술들. 우리가 사는 삶이 오늘이 다르고 내일이 다르기때문에, 마찬가지로 예술에 속하는 드라마의 다음편, 그 다음편이 궁금해지는 것 같다.

 

 

주인공 찰스는 혼자서 바위 꼭대기에 있는 집에서 사는데, 어느날 부턴가 의자와 책상을 탑으로 가지고 나가고 싶어한다. 끝끝내 그는 사고를 치고 만다.

'결국 나는 바보같은 짓을 하고 말았다. 나는 의자와 책상을 탑으로 가지고 나가고 싶은 집념에 사로잡혀서, 내실에서 거실로 옮겼던 작은 접는 탁자를 들고 바위를 건너기로 했다.' (p.133)

 

그렇게 탁자를 끌고 나가, 빛나는 태양과 차분한 바다와 잿빛 하늘을 감상하던 찰나, 찰스에게는 불쾌한 손님이 찾아오고만다. 바로 길버트 오피안이었다.

찰스의 옛사랑 리지의 남자인 길버트는 찰스에게 푸념을 늘어놓았고, 때마침 올거 같지 않았던 리지도 등장한다. 소설 앞부분에서 구구절절하게 늘어놓았단 리지 셰러의 등장이 무난하게 흘러가던 소설을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 찰스의 솔직한 마음은 리지를 붙잡고 싶어하기 때문에... 그런데 여자들의 등장이 여기서 끝이 아니다.

찰스의 옛 여자 로시나 범버와 첫사랑 하틀리도 나온다.  도대체 찰스의 마음은 어느곳에 머물러 있는 걸까.

 

 

이어지는 2권에서도 찰스의 회고록은 계속된다.

<바다여 바다여>를 읽으면서, 나도 인생의 후반부에 서게되면 조용한 자연이 있는 곳에서 머무르며 회고록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일을 돌이켜보며 적는 회고록을 쓰는 노년의 내 모습이 아직은 상상되지 않지만... 잔잔하면서도 때론 바다의 물살처럼 빠르게 흘러가는 <바다여 바다여>를 깊이있게 이해하려면, 텀을 두고 한번 더 읽어보는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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