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가난하고 쓸데없이 바빴지만
서영인 지음, 보담 그림 / 서유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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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가난하고 쓸데없이 바빴지만은 서영인 저자의 인생관이 담겨있는 에세이 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단순히 에세이라는 장르이기 전에 개인의 철학이 담겨있는 인문학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학평론가이자 대학 시간강사 심지어 번역가로 자신을 소개'하는 그녀는 망원동의 임시 거주자이다.

아직 망원동에 대해 속속들이 알지는 못하지만 ​동네 구석구석을 소개하며 '망원동에 대한 애정'을 키워나가고 있는 중이다.

'언젠가 한자리에 오래 정착하여 그 장소의 구석구석을 각인한 삶의 기록을 만드는 그런 날이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사실은 늘 임시의 삶이야말로 내 삶의 정체성이기도 하다는 생각 (p.9)'이 망원동에 정착하게 된 계기였다고 한다.

최적의 집의 조건은 채광이 잘 들거나 역세권에 있거나 일명 스세권(스타벅스 주변),맥세권(맥도날드 주변)을 말하기도 하지만. 

저자는 '반경 이백 미터 내의 세탁소, 서점, 빵집, 편의점 등' 실질적으로 자주 이용하는 것들을 고려했고 

그리고 망원동은 새로이 떠오르는 핫플레이스 이기 때문에, '동네 탐험하기에 딱 좋은 환경을 갖추고(p.29)'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 중 망원동에 있는 동네서점에 이야기가 인상깊었다.

집 근처에 작은 서점이 문을 열었고 처음에는 너무 작은 공간이라 낯설고 부담스러웠다고 한다.

그도 그럴것이 대형 서점은 넓고 오고가는 사람도 많아서 딱히 직원을 부르기 전에는 누구도 나에게 관심이 갖지않는다.

하지만 작은 서점에서는 나 혼자 손님으로 들어가서 이 책 저 책 보기가 어색하다.

작은 서점에 용기내어 들어간 저자는 '주인은 숨듯이 앉아서 내게 아무 관심'이 없고 대형서점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립서적과 새로운 책들'을 만나 볼 수 있게 되어 신선했다고 한다.


나는 대형 서점과 동네 서점 모두 애용하는 편이다.

내가 사는 곳에는 동네 서점이 많지 않아서 버스를 타고도 30여 분을 나가야 하는데 그것을 감수할 정도로

동네 서점이 주는 인상은 포근하면서도 새롭다. 서점마다 주인장의 분위기가 담겨있다는 점도 동네 서점을 찾는 재미 중 하나다.

책을 낸 이의 성격과 생각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독립 출판물도 만나볼 수 있다.

제작에서 출판까지 책을 만드느라 얼만큼의 시간을 들였을까, 라고 작가의 노고를 가늠해보기도 한다.


물론 대형 서점은 큰 장점을 갖추고 있다. 세계문학집이나 각종 신간 책들이 모두 있고 한 눈에 바로 찾을 수 있다.

신간 코너나 베스트셀러 코너만 가도 내가 찾는 책이 탑을 이루며 쌓여있기 때문에..

허나 동네 서점은 책방 주인과의 교감(?)과 책이 사람과 사람을 이어준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나 또한 저자처럼 '보이지 않아도 어딘가 무엇이 존재한다는 것을 자꾸만 깨우쳐 주는 맨홀처럼, 존재감을 발하는 동네서점들도 더많이 생겨서, 주야장천 잘 먹고 잘 살았으면 좋겠다(p.80)'고 생각한다.


『오늘도 가난하고 쓸데없이 바빴지만』의 후반부에는 저자가 다니는 망원동의 식당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저자가 먹은 음식들을 맛 본 그대로 설명하는 부분들이 많아서, 꼭 한번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했다.

망원동을 좋아하는 이유가 단지 핫플레이스여서가 아닌 '각자의 밥과 각자의 생계를 가진 사람들이 여전히 여기 있기 때문(p.147)'이라고 말하는 모습이, 망원동 골목골목을 탐방하며 자신의 취향을 찾는 모습이 멋지다.

'오늘도 가난하고 쓸데없이 바빴지만'이라는 책 제목이 '오늘도 풍족하고 쓸모있게 바빴다'라고 들린다.


 

* 실소를 지었던 문장

'적당한 무신경과 꼼꼼한 관리의 섬세한 조화가 필요하다.

 처음으로 세신사에게 내 등을 맡긴 날, 나는 알아버렸다. 목욕탕에서 등이란 인간의 몸을 앞판과 뒷판으로 나눈 뒷판 전체를 지칭한다는 것을. 그런 거였어! 등만 밀어주는 것이 아니었어!(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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