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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눈물로 자란다
정강현 지음 / 푸른봄 / 2018년 4월
평점 :
jtbc 정치부회의 정강현 반장의 산문집 《우리는 눈물로 자란다》
평소 정치부회의를 즐겨보던 터라 아는 사람을 만난 듯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문학 기자로 활동했던 그는 보도부로 발령이 나면서 정치부 기자가 되었다고 한다.
국회의원들을 만나며 기사를 썼고, 지금은 정치부회의에서 야당 반장으로 활동하는 그는 딱딱한 정치 이야기를 시, 노래와 함께 소개한다.때로는 국회의원들의 진흙탕 싸움 영상에 반어적인 노래를 깔음으로써 에둘러 그들을 깐다(?)
오늘 <정치가 음악을 만났을 때~>에서는 김성태 의원의 단식농성 영상에 2PM의 '기다리다 지친다'를 틀었다.
국민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노래. 텅빈 국회의사당과 '기다리다 지친다~'가 해학적이었다.
책 속에서 초년병 정치부 기자 시절의 일화 중 '권력은 인간의 본능'이라는 말에 심히 공감이 갔다.
3선 의원을 지낸 66살의 L은 공천을 받지 못하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고 한다. 당선이 되었지만 4년간 이렇다 할 의정 활동을 펼치지 않았다. '그는 다만 국회의원이라는 권력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제 본능대로 인생을 살아온 것 같다 (p.70)'
권력이 뭐길래, 어떻게든 그 자리에 오르려고, 금뱃지를 달려고 악을 쓰는 걸까.
"권력은 먹고 싸는 일과 한가지여서, 삼킨 권력은 언제가는 내뱉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권력은 먹고 싸는 일과 달라서, 가지지 않는다고 해서 생명이 위협 받진 않는다.. 하루 어치의 시간은 하루 어치의 목숨과 마찬가지인데, 어찌 어떤 이들은 목숨과 권력을 바꾸려고 달려들까. (p.71)"
책을 흥미롭게 읽다가도 세월호에 대한 글이 예고없이 불쑥불쑥 튀어나와서 마음이 아팠다.
솔직히 말하면 세월호에 대한 글은 읽고 싶지 않았다.
세월호에 대한 다큐를 모두 챙겨본 나는 '세월호'라는 단어만 나와도 아이를 잃은 엄마의 눈물이 생각난다.
그리고 이제 죽을거 같다며 '엄마아빠 사랑해요'라고 말한 한 학생의 마지막 동영상이 떠오른다.
울컥하고 목이 메여서 다시 그 장면들을 떠올리기 싫어서, 세월호 현장에 대한 글이 툭툭 튀어나올 때마다 멈칫했다..
기자로서의 생활과 한 아이의 아빠, 노부모님의 아들로서 그의 이야기를 읽어볼 수 있다.
마흔 두살의 짤보(눈물이 많아서 생긴 별명)인 그에게서 또 한명의 짤보가 자주 울컥한 책이다.
"경험의 폭이 넓어질수록 눈물이 쏟아질 공간도 넓어진다. 경험의 폭이 확장된다는 건, 그만큼 다른 이의 처지에 공감하는 능력치가 높아진다는 뜻이니까. (p.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