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담는 저울 바람어린이책 36
심진규 지음, 한지선 그림 / 천개의바람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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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민으로 사람 대접 못 받고 무시 받던 백정이라는 이름. 백정의 자식으로 태어나 백정의 삶을 이어가야 했던 신분제 사슬의 밑바닥에서 고통받던 사람들. 차별과 멸시의 대상은 갑오개혁 이후 신분제가 철폐되었음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사람들 마음 속 깊이 뿌리 박혀있는 혐오의 정서들.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많은 이들의 희생이 따라야했다. 백정 스스로의 각성도 중요하지만, 옳은 일에 깨어 앞장설 수 있는 '백촌' 같은 인물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야기는 백정의 자식으로 책을 좋아하던 형이 억울하게 죽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는데, 독자들은 함께 울분을 터뜨리며 막돌이 어떻게 이를 극복해나가는지 응원하게 된다. 막돌은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막돌의 아버지는 백정들을 모아 평등한 세상을 위한 단체를 만들며, 각자의 위치에서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다. 여기서 기득권인 양반 출신이면서 세상의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백촌이라는 인물은 이야기를 끌어가는 중심이면서 깊은 감동을 준다.
막돌로 인해 진정한 강자가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동재, 양반이지만 모두를 평등하게 대하는 유필과 같은 사람들 덕분에 우리 사회는 만식과 같은 무뢰한들 속에서도 조금씩 인권을 신장시켜왔다. 여성 인권, 인종 차별 등 다양한 인권 이야기를 읽어보았지만, 백정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는 처음이다. 신선한 소재를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풀어주신 작가님께 감사드린다.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이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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