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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보 챔피언 허달미 ㅣ 바람어린이책 32
정연철 지음, 심보영 그림 / 천개의바람 / 2025년 2월
평점 :
느릿느릿 기어가는 달팽이와 똑닮은 허달미 어린이. 느림보 중에서도 챔피언이라니 얼마나 느린거야. 표지에 나온 세상 태평하게 웃고 있는 어린이를 보니 귀엽기만 한데, 도대체 어떤 녀석이길래? 하는 기분으로 책을 읽어나갔다. 엄마의 신신당부에도 불구하고 학교 가는 길에 이것저것 관심 갖다가 어느새 지각이고, 체험학습장에서는 친구들 다 기다리게 하는 주인공 허달미. 본인만 천하태평이요, 주변 사람들은 속이 터져나간다. 어느날 만나게 된 달팽이가 친구가 된다. 달팽이 똥이 묻은 딸기를 먹은 엄마가 행동이 느려지는 걸 보고 달미는 선생님 커피 속에도 똥을 넣어본다. 앗! 나도 달팽이 똥을 먹게 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과속으로 차를 몰며 빵빵대는 사람들, 빨리하려다 대충 일해서 안전사고를 내는 사람들, 배달이 빨리빨리 안온다고 화내는 사람들... 그러고보니 달미가 느린건지, 주변 사람이 빠른건지. 때로는 느리게 볼 때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달미가 관찰한 학교의 은행나무처럼. 어른과는 다른 속도로 자라고 있는 어린이들을 생각해본다. 느릿느릿 자라나는 어린이도 느긋하게 기다려줄 줄 아는 어른들이 많아지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