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멍을 뚫어라 상상문고 22
문은아 지음, 불곰 그림 / 노란상상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들어오지 마시오'란 강력한 표시인 철조망. 휴전 상태인 우리나라는 남과 북 사이에 철조망으로 막혀있고 위험한 지역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할 때 철조망을 친다. 위험과 동시에 나를 환대하지 않는 불편한 느낌. 뉴스에서 새로운 대형 아파트 안을 외부인이 지나가지 못하게 통제한다는 이야기를 듣거나, 아파트 단지별로 평수에 따라 혐오를 드러낸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마음이 착잡하였다.
이 책에서도 뉴타운 아파트를 따라 둘러싼 긴 철조망이 등장한다. 빠르게 갈 수 있는 길을 놔누고 철조망을 따라 빙 둘러가야 한다니, 이럴땐 꼭 철조망에 개구멍을 만드는 사람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책에 등장하는 승찬이도 강아지 뭉치도 개구멍을 통해 잘도 다녔는데, 이를 알아챈 아파트 사람들이 개구멍을 막아버렸다.
개구멍은 승찬이가 이용하기도 하지만, 잃어버린 뭉치가 잘 다니던 길이이게 막혀서는 안되었다. 개구멍이 막히면서 승찬이는 아랫마을 사람들을 향한 아파트 사람들의 차별을 몸소 체험한다. 아랫마을에 텃밭을 가꾸는 아파트 노인들도 개구멍이 막히는 바람에 돌아서 가자니 힘이 든다. 어려서부터 병약한 유민이는 엄마의 과보호 속에 답답해 한다. 아파트 대표인 엄마는 아랫마을 아이들이 아파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못마땅해한다. 하지만 유민이는 아랫마을 승찬이와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다.
어른들이 그어놓은 선이 아이들은 중요하지 않다. 아이들은 그저 함께 놀고 싶은 것이다. 아파트 단지에 따라 '00거지'라는 이름을 붙이며 차별한다거나, 자신의 지역에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한다는 뉴스를 들을때마다 천박한 자본주의에 치를 떨곤 한다. 인간은 약자를 배려하고 측은지심을 가지기에 동물과 다른 것 아닌가! 책 표지를 반 가르고 있는 두 어린이는 우리나라의 양극화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책의 마지막에 철조망에 문을 만들고 서로 어울리는 모습을 보며, 그래도 어린이에게 희망을 걸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