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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초록색 병 ㅣ 바람어린이책 35
아르투르 게브카 지음, 아가타 두덱 그림, 엄혜숙 옮김 / 천개의바람 / 2024년 10월
평점 :
'아빠와 초록색병'이라는 제목에서 이미 알코올 중독에 빠진 아빠가 연상된다. 표지는 온통 초록색이고 병 안을 소년과 고양이가 근심스러운 얼굴로 바라보고 있다. 평온하던 가정에 초록색병이 점점 커지며 이웃까지 피해를 준다. 아빠는 급기야 초록색병에 들어가 나오지 않고 구조대원까지 출동한다. 처음엔 작은 방울로 시작된 초록색들은 뒷장으로 갈수록 책 전체를 덮어버린다. 초록색은 사람에게 편안한 색이고 생명력을 상징하는 색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의 초록색은 어둡고 절망스럽고 파괴적이다. 직장에서 승진에 실패한 아빠가 술에 의존하면서 결국 중독으로 일상 생활까지 망치는 상황을 '술'이라는 단어 없이 그려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초록색병에 잠식당하는 아빠를 보는 아이의 마음이 느껴져 가슴 아팠다. 한편으로는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해졌다. 혹시나 부모가 알코올 중독에 빠져 가정이 위태로운 아이가 이 책을 읽는다면? 책 속의 아빠가 구조대원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술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듯이, 알코올 중독은 스스로 해결할 수 없고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세상 모든 어린이들에게 평화가 찾아오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