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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 Normal - 평범함 속에 숨격진 감동 슈퍼노멀
재스퍼 모리슨. 후카사와 나오토 지음, 박영춘 옮김 / 안그라픽스 / 2009년 2월
평점 :
'슈퍼 노멀' - 엄청난 평범함? 아니면 평범함의 엄청남? 서로 어울리지 않는 두 말이 합쳐진 말 '슈퍼 노멀'은 책 안에서도 아직 합의되지 않은 용어. 하지만 디자이너 후카사와 나오토와 재스퍼 모리슨은 이 말에 어울리는 물건들은 어떤 것인지 아주 손쉽게 찾아낸다. 그들에 따르면 '슈퍼 노멀'은 평범한 것들 사이에 담겨진 어떤 비범함이다. 그래서 평범하지만 어떤 전형을 이루는 것이다. 이를테면 욕실 슬리퍼 같은 것. 어릴 적 주변에서 흔히 보았던 욕실 슬리퍼. 슬리퍼라고 하기보다는 '쓰렛빠'라는 일본식 발음이 어울리는 고동색 플라스틱 재질의 싸구려 신발. 너무 흔해서 하찮아보이지만 그래서 모든 이들의 머릿속에 그 모양 그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물건들. 그런 것들이 '슈퍼 노멀'한 것이다.
소개된 물건들을 늘어놓아보자면, 병따개, 클립, 재떨이, 물컵, 슬리퍼, 바구니, 스텐볼, 의자, 자전거 따위. 그야말로 우리가 흔하게 쓰는 물건들. 이런 것도 디자인이 반영된 거야? 하는 생각이 드는 물건들이다.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생활의 발견'이랄까.
지은이들이 소개한 슈퍼 노멀한 물건들을 하나 하나 보고 있자면 진정한 '디자인'의 의미가 무엇인지 새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디자인'이란 것이 물건을 예쁘게 치장하는 것, 평범한 걸 튀게 만드는 것 이런 것이 아니라 그 물건의 쓰임에 가장 어울리고 편안한 형태로 물건을 가다듬는 것이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있어야 할 그 자리에 가장 잘 맞춤한 자세로 놓이는 것. 그것이 슈퍼노멀한 물건들이 지니는 공통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