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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니처 ㅣ 나비사냥 2
박영광 지음 / 매드픽션 / 2017년 9월
평점 :

시그니처
지은이:박영광
출판사: 매드픽션
일단 책 외적인 것부터, 글씨가 큼직큼직해서 읽기가 좋았다. 표지도 범죄스릴러 소설다운 디자인으로 무게감이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다 읽고 난 감상은 여운도 남으면서 지극히 한국적인 스릴러작품이라는 것이다. '한국형' 스릴러라는 쪽에 방점을 찍어야 할 것 같다. 한국 형사가 나오는 스릴러 소설은 딱히 기존에 읽은 것이 기억에 나지 않는다. 영화로는 많이 봤던 것 같은데 장르소설로서 읽어 본 적은 없어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다른 외국의 형사가 나오는 스릴러물과 달리 익숙한 지명과 구수한 용어들이 집중도를 높혔던 것 같다. 작가가 강력계 형사였고 현직 수사팀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서 책을 읽었는데 그래서인지 묘사가 굉장히 생생하면서 와닿았다.
전편인 <나비사냥>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읽은 책이라 조금 걱정이 있었지만 전작을 몰라도 읽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다만 전작을 읽었으면 캐릭터를 파악하는데 좀더 깊이가 있었을 것 같고, 또 미리 결말 부분을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책표지 뒤에 소개문으로는 이렇게 나와 있다.
인간이 되기를 포기한 희대의 살인마와
그의 시그니처를 따라하는 또 다른 연쇄살인범 엑스
두 명의 사이코패스가 벌이는 살인경쟁, 그들을 막아야 한다!
소개문만 보고는 엄청 자극적으로 전개될 줄 알았으나 그렇지는 않다. 형사인 '하태석'의 시점으로 수사를 진행해나가면서도 중간중간 범인의 시점도 존재한다. 사이코패스 범인의 심리상태가 상세히 서술되어 있는데 이게 평소에 팟캐스트 '크라임' 을 들으면서 들었던 사이코패스 유형을 떠올리게 했다. 정말로 사실적이게 느껴지게 하는 설득력이 있었고, 분명 소설인데도 실제로 있었던 일과 같이 생생함이 느껴졌다. 제일 끝에 작가 후기를 보면 모티브를 실제 유명한 살인마들의 정말 있었던 일에서 따왔다고 하니 더 그런 것 같다. 리얼함이 이 소설의 가장 큰 재미고 섬세한 심리묘사들이 강점이었다면, 기존에 형사물을 (소설이든 기타 영화이든) 많이 보아온 사람은 아마 비슷한 내용을 많이 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정말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고 책을 다 덮고 난 다음에는 씁쓸하고 아린 느낌도 있었다. 스포일러를 최대한 줄여서 글을 작성했다. 형사스릴러 소설을 읽고 싶다면 추천한다. 이번기회에 작가의 전작인 <나비사냥>도 읽어 보아야겠다. 좋은 책을 읽을 기회를 준 은행나무 출판사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