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 테마로 읽는 20세기 한국사
KBS다큐멘터리해방제작팀 지음 / 청년정신 / 2000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예전에 그러니까 1999년에 2000년을 바라보는 과정에서 한국 현대사를 큰 화두아래 주제별로 잘 정리해 소개해주었던 텔레비젼 다큐멘터리가 그 모체가 된다. 그 당시 그 프로그램을 녹화까지 해가면서 보았던 기억이 난다. 한때 돌베개 출판사에서 박세길 님이 쓴 '다시 쓰는 한국 현대사' 3권을 읽는 다고 진땀을 뺀 이후로 이렇다할 한국 근현대사책을 잡지 못했다.
강만길 교수님(지금은 상지대 총장)의 책을 여러권 읽어보았던 기억밖에는... 강만길 교수님 책 중에서도 '20세기 우리역사'는 아주 재밌게 주제별로 강의식으로 재밌게 꾸며져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 책도 음~ 아주 괜찮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오늘 책은 해방. 문고판으로 아주 손에 딱 잡히며 중간중간 그림도 있고 재미만점의 책이다. 앞서 얘기했던 대로 큰 화두는 해방.. 무엇무엇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것이 이책의 주된 전개 방식이다.
그 테마들을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땅 으로부터--별다른 산업기반이 없던 이 땅에서 부와 권력은 땅 위에서만 자랄 수 있다. 땅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그 운명의 갈림길에서 역사는 흘러왔다. 20세기 한국사 100년의 중심에는 그 땅이 있었다.

무지 로부터--사람 대접을 받기 위해 무지로부터 벗어나야 했던, 누구보다도 떳떳하게 살라고 자식을 학교에 보내야 했던 지난 100년, 우리에게 교육은 무엇이었던가?

식민 으로부터--친일의 요소는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의식 안에 있다. 새로운 천년을 맞이한 지금 우리는 진정 식민으로부터 해방되었는가?

독재 로부터--법치가 바로 서고,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한 나라, 생명의 존엄성이 지켜지는 나라, 부정과 비리, 거짓과 폭력이 용납되지 않는 나라,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나라를 우리는 민주국가라 부른다.

전쟁 으로부터--이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살아남은 사람은 모두 상처투성이었다. 삶도, 사랑도, 희망도 모두 빼앗겼다. 그것이 바로 전쟁이었다.

성 으로부터--우리들의 어머니이고, 누이이자 딸인 여성. 이땅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여성에게 지난 100년은 차별의 역사였다. 20세기 유물인 성차별을 우리는 언제까지 모른체 하며 살아갈 것인가.

이데올로기 로부터--이 땅에서 '빨갱이의 가족'이라는 굴레는 옴짝달짝 할 수 없는 굴레였다. 냉전의 해체와 함께 세계에서 이데올로기의 벽은 허물어졌지만 이땅은 아직도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빈곤 으로부터--우리는 지난 20세기의 대부분을 빈곤 속에서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안간힘을 다해왔다. 그렇다면 우리는 빈곤으로부터 해방되었는가? 20세기가 절대적 빈곤에서 해방되기 위해 싸웠다면 21세기는 상대적 빈곤을 극복하기 위한 시대가 되어야 할 것이다.

시간 으로부터--우리는 100년 전 자연의 시간을 살았다.
그러나 100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거대하고 정교한 시간망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우리를 가두는 그물망이기도 하다.

반도 로부터--빼앗기고 두 동강 났던 시련의 땅, 한반도. 우리가 주인으로 나설때, 비로소 우리는 반도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반도로부터의 해방, 한반도의 미래는 여기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책은 아주 쉽고 재미있다. 역사 교과서 같은 연대기적 기술도 아니고 주제별로 그 주제가 가졌던 시대의 의미를 쭉 따라가면서 더불어 현대사를 얘기한다. 원작이 영상물로 제작된 것이라 그런지 영상에 대한 해설적 느낌이 강하지만 그 풍부한 예로 우리는 쉽게 현상을 이해할수 있는 도움도 얻을수 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이책이 소중한 이유는 단순히 이해하기 쉽게 쓰여진 역사책이라는 한정을 벗어나 책이 던져주는 근본적인 물음을 우리 스스로 고민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다음과 같은 물음과 함께 말이다.

진정한 해방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지금 해방의 땅에서 해방된 의식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가?

그렇다. 20세기는 우리에게 아픔의 역사다. 세계사적으로 얘기해도 20세기에는 두번의 세계전쟁과 곳곳에서 일어난 갖가지 내전, 그리고 민주주의라는 대의를 이끌어 내기 흘렸던 수많은 풀뿌리 민주들의 피, 그리고 경제발전 그 속에서 소외된 국가와 민족 그리고 점점 더해가는 환경파괴...결국 20세기는 현인류가 그동안 이루어놓았던 문명에 대한 파괴가 가장 많이 이루어 졌던 시기였다. 반대로 가장 많은 물질적 풍요와 과학기술사적 변화를 겪었던 세기이기도 하다.
20세기가 지나고 21세기가 온지 몇년 지나지 않았지만 이정도의 자리매김은 누구나 할수 있을 것이다. 그 만큼 20세기의 아픔과 기쁨의 극한적 대립이 있었던 때 였다.
어쩌면 우리 민족은 그 한가운데에 있었는지 모른다. 아니 지금까지 분단이라는 멍에로 여전히 우리는 20세기의 극한속에 존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마도 20세기의 극한으로부터 우리가 탈출을 꿈꾼다면 그래서 하나씩 하나씩 우리 주먹으로 청산이라는 과업을 이루어낸다면 그것이 진정한 해방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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