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엄마 안녕, 로마 웅진책마을 116
김원아 지음, 리페 그림 / 웅진주니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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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르트르의 "인생은 B와 D 사이의 C다." 라는 말이 떠오른다. 인생에서 선택은 숨쉬듯이 이루어지는 것이고, 그 선택으로 인생의 방향이 결정된다. 승아의 부모가 그랬고, 그들의 선택으로 승아의 삶도 큰 변화가 있었다. 부모와 승아의 차이점이라면, 부모는 선택했고 승아는 선택의 결과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입장이었다는 것이다.


이야기 첫머리부터, 승아의 마음 속에는 분노와 혼란스러움이 가득하다. 다른 이들은 "당연히" 갖고 있는 것-아침밥을 해주거나 쇼핑을 같이 하는 엄마-를 빼앗긴 것에 대한 분노와, 자신의 삶이 자신이 생각지도 않았던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에 대한 혼란스러움이다. 그 혼란에 한 방을 더하는 것은 엄마로부터 온 편지다. 그동안 연락 한 번 안 한 주제에 맘 편히 말을 걸어오는 편지라니, 하지만 더 어이없는 것은 그 편지를 읽고 로마로 향하는 스스로였을 것이다. 어린아이들이란 이렇다. 결국 부모의 상황에 휘둘린다. 승아의 엄마와 아빠의 재결합을 하도록 해야겠다는 여행의 목표는 그 무력함을 감추기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까지는 승아의 입장이고, 부모의 입장은 또 다르기도 하다. 당연히 다르다. 누구나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고, 그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걸림돌이 되는 많은 선택들-결혼이나 출산, 아이의 존재-을 넘어서야 하는 순간들이 있다.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그들은 헤어졌고, 헤어졌음에도 자신의 애정을 전달하고자 누구는 편지를 꾸준히 보냈고, 누구는 아이를 빈틈없이 케어하고자 노력했다. 이혼이라는 나름의 역경을 지나오면서 아이를 이렇게 충실히 연락/케어하는 게 쉽지않은 일이지 않은가! 그렇게 하면서 스스로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고 자부했을 것이다. 비록 편지를 아이가 받고 있는지 확인하지 않았더라도,(21세기에 문자나 전화가 아닌 편지라니?) 아이의 또다른 부모가 편지를 보내는 것을 일부러 숨겼을지라도.



삶의 한 순간, 누구보다도 가까울 때가 있었지만 이제는 따로 시간을 잡아야 만나는 타인이 되어버린 엄마는 그 상황을 어색하지 않게 받아들인다. 어색하지 않아한다는 것이 더 문제다. 어색한 건 승아 뿐이다. 어른들만의 사정이 있었지만, 자식을 사랑한다는 마음만은 남아있다며 자신이 그동안 해온 노력을 어필한다. 그 노력은 본인에게나 의미있다. 타인에게 아무 의미없는 그 시간들을 어필해봤자 승아 마음에는 와닿지도 않는다. 둘은 함께 있지만 서로 마주하지 않는다. 결국 그 시간을 못내 견디지 못한 승아는 떠나버리고, 엄마는 승아가 떠난 곳을 짐작조차 하지 못한다. 무수한 우연이 겹치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만날 수 있었을까? 만난다면 누구의 한 걸음으로 인한 것이었을까? 승아였을 것에 한 표 보낸다.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고, 그 하나밖에 없는 선택지에 한 발자국 내딛을까 말까 하다가 한 걸음 내딛어준 승아를 위해 그 부모는 고맙다며 부둥켜안고 울었을 것이다. 그 한 발자국을 내딛을 수밖에 없는 승아의 모멸감은 그 눈물 속에 녹아나 버렸으면 좋겠다.



결국 모든 갈등을 봉합하는 것은 애정이라는 결론으로 책은 마무리한다. 많건 적건, 애정은 애정이긴 하다. 부모에게 바라는 애정이 100이었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못한 상태라면, 그 기대치를 낮추는 것이 마음의 안정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나머지 애정은 스스로 채우던가, 좋은 친구관계에서 채울 수 있을 것이다. 승아 주변에 좋은 친구가 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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