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미 도미히코의 <연애편지의 기술>

연애편지의 기술
모리미 도미히코 지음, 오근영 옮김 / 살림 / 2010년 3월

손으로 쓴 편지는 메일이나 문자와는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것은 바로 정겨움이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방식이란 낡은 것처럼 느껴지면서도  또 이렇듯 그립고 정겨운 그 어떤 것이다. 

<연애편지의 기술>에서는 석사논문관련 연구로 앞에는 바다, 뒤에는 산 밖에 없는 노토에서 생활하는 주인공 모리타 이치로가 등장한다.
그의 진정한 삶의 모든 것은 교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교토에 남겨져 있는 그리운 사람들에게 자필로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친구인 고마쓰자키에게 연애상담을 해주기도 하고, 대마왕 오쓰카 선배에겐 짝사랑하는 이부키씨에 대한 근황을 묻는다.
그 밖에도 그는 여러 사람들과 편지를 주고 받는데, 이 편지들의 내용이 모두 모여 하나의 스토리로 이어진다는 것은 참 흥미로운 일이다.
예를 들면 고마쓰자키가 좋아하는 여성은 주인공이 편지를 쓰는 소년의 과외 선생이기도 하다.
그래서 주인공은 고마쓰자키의 여자친구를 모르는 상태임에도 다른 사람의 편지 내용을 통해 그녀의 또다른 정보를 알아간다.
이런 식으로 주인공이 알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편지의 내용으로 하나의 스토리를 이루게 된다.
그리고 주인공은 세상과 편지로 연결되어 또 다른 스토리를 만든다.

 
이 작품은 <연애편지의 기술>이란 제목답게 연애편지란 무엇인지 골똘하게 생각하는데,
그 답은 이치로의 편지 안에 곳곳에  등장한다.
-따라서 독자들이 이치로의 글귀 중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연애편지의 기술이 된다.-

 
작가 모리미 토미히코는 유쾌하면서도 참 괴짜같은 문체로 이 작품을 창조했는데,
그의 문체가 묘하게 주인공의 입장과 어우러지면서 작품을 맛깔스럽게 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