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이따금씩 존재론적 질문 앞에 서게 된다. 삶과 죽음은 무엇인지, 우린 왜 이 세상에 태어났는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와 같은 질문들. 이 책 속에 나오는 사촌자매 수안과 둘녕은 고등교육을 받은 집안 어른들과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시는 외할머니의 보호 속에 비교적 안전하게 자라는 듯 보이지만, 그 누구도 알려주지 못하는 "존재론적 문제" 앞에서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을 달래가며 하나의 영혼처럼 성장한다. "너는 명이 짧아!' 라는 토담집 노파의 점괘에 그날밤 두 소녀가 이마를 맞대고 생명선을 연장해보려고 한 일, 배앓이가 잦은 수안을 위해 둘녕이가 온갖 재료를 넣어서 빚은 만병통치약을 수안이가 소중히 간직한 일. 이 아이들이 어른에게 기대지 못하고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어려운 마음을 해소하고 생존해나가는 모습이 짠하고 애처롭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그들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엿보는 것 같아 마음이 따스해지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봉란이와 산호가 등장할 때면 분위기가 희망적이고 마음이 즐겁다. 이 아이들 곁에 이런 사람들이 많아져서 그 긍정적인 에너지의 흐름에 편승하여 평범하고 굳센 마음으로 잘 살아가길 바라게 된다. 수안아, 안아주고 싶구나.둘녕아, 언제나 응원해.그리고.. 어른책에 삽화 있는 거 너무 오랜만이라 설레고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