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도서관을 가든 느낄 수 있는 비슷한 분위기가 있다. 나는 그걸 ‘유골 안치소 같은 분위기‘라고 부른다. 다 죽은 사람들의 글이 종이에 찍혀 유골처럼 안치된 곳. 그 적막과 쓸쓸함을 좋아한다.
이 고요한 곳에, 생명의 힘이 넘치는 아이들은 관심이 없었다. 마음이 복잡할 때마다 도서관에 갔다. 세상과 사람으로부터 좁은 곳에 몸을 숨기고 조용히 책을 훑곤 했다. 도서관에서 가장 좋아했던 순간은 책장과 책장 사이에 서서 한 쪽 책장을 까마득히 올려다보던 순간이다.-152쪽
책을 탐식하고, 미식하고, 그래서 한 마리 벌레가 되더라도 오랫동안 두고 사랑할 인간의 정신이 늘 같은 자리에 있으니, 부디 여러분,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마시고, 호기심을 잃거든 책이 선사한 회한과 우울의 바다에 빠져보시고, 그게 질리거든 즐거움의 바다에 빠져, 그렇게 오며 가며 오래도록 행복하시길.-6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