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기쁨 - 책 읽고 싶어지는 책
김겨울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1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어느 도서관을 가든 느낄 수 있는 비슷한 분위기가 있다. 나는 그걸 ‘유골 안치소 같은 분위기‘라고 부른다. 다 죽은 사람들의 글이 종이에 찍혀 유골처럼 안치된 곳. 그 적막과 쓸쓸함을 좋아한다.

이 고요한 곳에, 생명의 힘이 넘치는 아이들은 관심이 없었다. 마음이 복잡할 때마다 도서관에 갔다. 세상과 사람으로부터 좁은 곳에 몸을 숨기고 조용히 책을 훑곤 했다. 도서관에서 가장 좋아했던 순간은 책장과 책장 사이에 서서 한 쪽 책장을 까마득히 올려다보던 순간이다.-152쪽

책을 탐식하고, 미식하고, 그래서 한 마리 벌레가 되더라도 오랫동안 두고 사랑할 인간의 정신이 늘 같은 자리에 있으니, 부디 여러분,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마시고, 호기심을 잃거든 책이 선사한 회한과 우울의 바다에 빠져보시고, 그게 질리거든 즐거움의 바다에 빠져, 그렇게 오며 가며 오래도록 행복하시길.-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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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선물 -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1월
구판절판


내가 유의한 것은 이모가 변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이모의 내면에 다른 모습이 들어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어쩌면 이모의 내면에는 수많은 다른 모습들이 함께 들어 있는지도 모른다. 그 모습들 중에 하나씩을 골라서 꺼내 쓰는 제어장치, 즉 이모의 인생을 편집하는 장치가 지금까지와 다른 방식으로 작동되면 이모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대체 우리들이 나라고 생각하는 나는 나라는 존재의 진실에 얼마나 가까운 것일까.-322쪽

나는 왼쪽 털신 속에 발을 집어넣고 이번에는 오른쪽 털신을 벗어들고는 그 안의 눈을 털어냈다. '보여지는 나'가 말한다. 공손하게 인사를 해. 침착하게. '바라보는 나'가 말한다. 반가워하지 마. 아버지라고? 농담이야. 60년대엔 나에게 아버지가 없었지. 그러니 이건 새로운 농담이 틀림없어.70년대식 농담인 거야. 시대라는 구획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건 어쩔 수 없이 인정하더라도 맙소사, 아버지라니, 70년대엔 내게 아버지가 있다니, 이건 대단한 농담이다.-3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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