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 범우문고 90
이상 지음 / 범우사 / 199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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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이상은 그리 많지 않은 분량의 글만을 세상에 남겼다고 한다. 그런 많지 않은 글조차도 형이상학적이고, 자기 주관적인 신비한 글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어떤 평론가가 말하기로 이상의 글은 그것이 특징이라 한다. 또한 수필은 그의 글 중에서는 평범한 정상적 인간으로서 쓰여졌다고 한다. 확실히 그렇게 생각된다. 무엇을 써놓았는지 이해  되지 않는 시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모를 소설들, 그것에 비하면 수필은 그의 생각을 느낄 수 있는 얼마 않되는 글이다. 그러나 그러한 수필조차 다른 이들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다른 이들의 수필이 가볍고 명료한 되지 않는 묘사를 하자면 비가 온 후의 맑은 날 같은 느낌이라면 이상의 수필은 비가 올 것처럼 흐리고, 바람 부는 날 같은 느낌이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그런 기분이 든다. 수필은 대개 자신의 이야기와 감상을 적는다. 이상의 수필 또한 그러하다. 이상의 수필은 그 자신의 생활과 감상을 잘 말해준다. 황폐와 권태, 회의적인 것이 다분히 들어있다. 그나마 멀쩡한 정신으로 쓰여졌다는 수필조차도 그의 암울함이 적지 않게 들어있다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무엇이 그를 그토록 만들었을까. 그의 상태는 대략적이나마 들었지만 단지 그것 때문 만일까. 이 수필은 천재 광인의 광인이 되기 전 자신의 자의식을 유서처럼 남겨놓은 듯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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