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 불확실한 삶을 돌파하는 50가지 생각 도구
야마구치 슈 지음, 김윤경 옮김 / 다산초당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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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20년 상반기에 읽었던 책 중에 인상 깊은 책을 이야기해보라면 [휴탈리티]라고 말하고 싶다.

휴탈리티의 박정열 저자님는 철학과 경영학을 전공하고

철학적 기반을 바탕으로 미래사회의 기업에서의 인재상에 대해서 휴탈리티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철학을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철학은 인류에게 빵을 만들어줄 수는 없다.

하지만 왜 빵을 만들어야 하고 만들어진 빵을 어떻게 분배하며 어디에 사용할지에 대한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라는 철학자 보헨스키의 말처럼, 철학은 생존을 위해서 직접적으로 배를 채워줄 수는 없지만 우리가 생존해야 할 이유를 분명히 해준다.

 

난 가끔 아니 자주 먹기 위해 살기도 하지만

사람의 본질은 먹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먹는 것이라고 믿는다.

살기 위한 이유, 그걸 깨닫게 해주는 게 철학이 아닐까...

 

철학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만

과연 내가 철학을 이해할 수 있을까?

철학이 어렵게 느껴졌었고 거부감이 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책을 본 순간, 책의 내용이 너무 궁금해졌다.

 

"철학은 반드시 답을 찾는다!" 2천여 명의 CEO가 극찬한 세상에서 가장 쓸모 있는 인문학 수업이라는 문구에

이 책을 통해 철학에 대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이끌리듯 책장을 넘기게 되었다.

 



 


처음 책장을 넘기자, 저자인 야마구치 슈님의 사진과 저자 소개를 볼 수 있었는데

저자에 대한 정보를 전혀 모르던 나로서는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일본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있다.)

일본 사람이 이런 좋은 책을 썼다는 게 마음한켠이 조금 불편하기도 했다.

특히 저자님의 사진이 왠지 "네가?" 나를 노려보는 것 같은 눈과 약간은 인위적으로 올라간 입꼬리가

손담비의 유명한 업신짤을 연상시키는 듯했기 때문에 더욱 그랬으리라.

 

하지만 프롤로그를 읽으면서

그런 편견을 가졌던 나의 어리석고 못난 모습을 바로 반성해야만 했다.

쉽게 읽히지는 않아서 오랫동안 자세히 보며 정독을 했는데,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구구절절 맞는 말들이 계속 나와서 야마구치 슈 저자님이 이 분야에 얼마나 굉장한 전문가인지 느낄 수 있었다.

 

 

교양 없는 전문가야말로 우리의 문명을 가장 위협하는 존재다.

전문 능력이 있다고 해서 교양이 없거나 매사에 무지해도 되는 것일까?

일본 아스펜 연구소 홈페이지에서 인용

 









우리는 왜 '철학'을 배워야만 하는가?

1. 상황을 정확하게 통찰한다.

2. 비판적 사고의 핵심을 배운다.

3. 어젠다를 정한다. (과제를 정한다.)

4.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는다.

 

 

특히, 3. 어젠다를 정한다. 부분을 읽으면서

진정한 혁신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과제 설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부분에서 무릎을 탁 치게 되었다.

 

과거 직장 생활 동안 경영혁신을 특히 강조했던 회사가 있었는데

매달 중간관리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던 경영혁신회의에 참여하기 위해

나의 boss가 엄청 고민하는 모습을 자주 봐야 했다.

부하직원들에게 아이디어를 내보라며 힘들어하는 boss를 나는 전혀 도와줄 방법이 없었는데 왜냐하면 내가 '경영혁신'이라는 말 자체를 이해하지를 못했기 때문이었다.

경영도 어려운데 무슨 경영혁신? 그게 무슨 말이지? 싶어 상사의 구조요청에 묵묵부답으로 있어야 했었다.

과제를 설정한 후에 혁신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당시 나의 boss를 위해 많은 아이디어를 짜내어줄 수 있었을 텐데...

나는 이 '혁신놀이'를 멀찍이 떨어져서 본체만체해야 했다.

 

 

4.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는다.

교실 안에 있는 철학자가 세상을 움직이지는 못한다.

...(중략)...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그 사람들이 아니라,

실무를 다루며 매일매일 생업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즉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과 같은 사람들이다.

세계적인 비극의 장본인은 홀로코스트를 자행한 아돌프 히틀러도

캄보디아 킬링필드의 주범인 폴 포트도 아닌,

그들을 리더로 따르기로 선택한 너무나도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그 사람들에 의해 거대한 학이 자행되었다고 한다면 과거의 철학자들이 인류가 지불한 비싼 수업료의 대가로 남긴 문헌을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 배우는 데는 큰 의미가 있다.

...(중략)...

지금까지 인류가 반복해 온 비극을 우리는 또다시 되풀이할 것인가?

아니면 이미 지불한 비싼 수업료를 생각해서라도 더욱 높은 수준의 지성을 발휘하는 인류,

이른바 새로운 유형의 인류로 살아갈 것인가? (책의 15~17쪽)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책은

1부 무기가 되는 철학

2부 지적 전투력을 극대화하는 50가지 철학·사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2부에서 중점적으로 불확실한 삶을 돌파하는 50가지 생각 도구를 제시하고 있는데

크게 네 가지 주제 사람, 조직, 사회, 사고로 나누어서 설명하고 있다.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프롤로그에서도 언급되었던,

10 악의가 없어도 누구나 악인이 될 수 있다 - 한나 아렌트_악의 평범성 부분이었다.

 

 

 



10 악의가 없어도

누구나 악인이 될 수 있다

악의 평범성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1906~1975)

 

책의 98쪽

 

나치 독일이 유대인 학살 계획을 꾸밀 때 600만 명을 '처리'하기 위한 효율적인 시스템 구축과 운영에 주도적 역할을 한 아돌프 아이히만은, 아르헨티나에서 망명 생활을 하다가 1960년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에 체포되어 예루살렘에서 재판을 받고 처형되었다.

그때 연행된 아이히만의 풍모를 본 관계자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가 너무나도 '평범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무척 왜소하고 기가 약해 보이는, 지극히 평범한 인물이었다.

아이히만의 재판을 방청한 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이러한 그의 모습을 책에 기록했다.

책의 제목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부제 '악의 평범성에 관한 보고서'

 

아렌트는 아이히만이 유대 민족에 대한 증오나 유럽 대륙에 대한 공격심이 아니라,

그저 단순히 출세하기 위해서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자 그 무서운 범죄를 저지른 경위를 방청하고 나서 최종적으로 이렇게 정의했다.

 

악이란 시스템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게다가 아렌트는 '평범'이라는 말을 사용하여 우리도 누구나 시스템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악을 저지를 수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다른 말로 바꾸면 보통 악이라는 것은 악을 의도한 주체가 능동적으로 저지르는 행동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렌트는 오히려 악을 의도하지 않고 수동적으로 저지르는 데에 악의 본질이 있다고 보았다.

 

한나 아렌트가 주장한 '악의 평범성'은 20세기의 정치 철학을 논하는 데도 매우 중요하다.

인류 역사상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악행은 그 잔인함에 어울릴 만한 괴물이 저지른 것이 아니라

생각하기를 멈추고 그저 시스템에 올라타 그것을 햄스터처럼 뱅글뱅글 돌리는 데만 열심이었던 하급 관리에 의해 일어났다는 주장은 당시 큰 충격을 주었다.

 

평범한 인간이야말로 극도의 악이 될 수 있다.

스스로 생각하기를 포기한 사람은 누구나 아이히만처럼 될 가능성이 있다.

그 가능성에 관해 생각하는 것은 두려운 일일지 모르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그 가능성을 분명히 인식하고 사고하기를 멈추면 안 된다고 아렌트는 호소했다.

우리는 인간도 악마도 될 수 있다.

그리고 인간이 되느냐 악마가 되느냐는 시스템을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생각하기가 복잡하다고 생각하기를 뒤로 미룬다면

나도 모르게 악마가 될 위험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이 모두 yes라고 할 때 no라고 할 수 있는 친구

모두가 no라고 할 때 yes라고 할 수 있는 친구

오래된 한 광고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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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상황에서도 나의 소신대로 행동할 수 있으려면

항상 깨어있으려면

나와 나를 둘러싼 환경을 파악할 수 있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철학적 사고법을 통해

비판적 사고능력과 문제해결능력을 키우고

나의 경쟁력과 지적 전투력을 높이려면

우리는 꼭 철학을 알아야 할 것이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책을 통해서 강력한 무기를 마련해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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