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 케인
로버트 E. 하워드 지음, 정탄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솔로몬 케인(Solomon Kane)은 펄프 잡지 시대 판타지 소설의 대가인 로버트 E. 하워드에 의해 발표된 작품으로, 방랑자이자 모험가인 청교도 솔로몬 케인이라는 가상의 인물과 근원을 알 수 없는 이교적인 악의 숨막히는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16세기 말부터 17세기 초에 이르는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를 시간적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주된 무대인 원시적인 아프리카 정글은 물론 유럽에서의 모험담도 펼쳐진다. 1928년 8월, 위어드 테일즈 지면을 통해 발표된 <붉은 그림자>를 필두로 단편과 시, 미완성 작품을 포함해 모두 16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가운데 단편 7편과 미완성작 2편을 묶어 이번에 눈과마음 출판사에서 발간됐다.
   창백한 피부, 깊고 차가운 눈동자, 전체적으로 마치 음울한 사색가와 같은 인상의 솔로몬 케인은 검은 옷에다 깃털 없는 모자를 반쯤 눌러쓴 채 레이피어, 권총, 단검 등으로 중무장을 하고는 미지의 적들과 대면한다. 그는 마치 악의 응징자인 것처럼 악 자체를 증오하며, 일종의 방랑벽 같은 모호한 충동과 집념 속에 끊임없이 떠돌아 다닌다.
   로버트 E. 하워드는 이런 솔로몬 케인이란 불가사의한 캐릭터를 중심으로 남성적이고 웅장한 필치와 거침없는 상상력 그리고 미스터리한 공포감을 불러 일으키는 기이하고 섬뜩한 묘사들로 채워진 독특한 작품세계를 창조해내고 있다. 이런 부분들은 어두운 판타지 장르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있어 빠져들 수밖에 없는 매력적인 요소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본 작품과 연관해서 로버트 E. 하워드의 대표작인 코난 시리즈를 언급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코난 더 바바리안(Conan the Barbarian) 혹은 키메리아 인 코난(Conan the Cimmerian)으로 불리는, 유사시대 이전 가상의 하이보리언 시대 아킬로니아의 야만인 왕 코난을 등장시켜 문명과 야만의 충돌을 장대하게 펼쳐가는 이 유명한 시리즈는 로버트 E. 하워드가 30세의 이른 나이에 요절한 뒤 후대의 작가들에 의해 또다른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연대기화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1932년 12월 위어드 테일즈 지면을 통해 발표된 <칼날 위의 불사조>를 비롯해 로버트 E. 하워드에 의해서는 총 9편의 단편이 남겨진 코난 시리즈는 훗날 서적은 물론이고 애니메이션, 코믹, 게임 등 각종 분야를 망라하며 시대의 아이콘으로 부상하지만, 아무래도 1982년 아놀드 슈왈츠네거 주연의 코난 더 바바리안(Conan the Barbarian)으로 영화화되면서 국내팬들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오게 된 작품이라 할 것이다. 원작소설의 세계관과 일부 설정이 혼합된 어드벤쳐 액션 판타지 영화를 통해 왕이자 도둑이며 한 마리 야수 같은 사나이인 코난이 펼치는 활극의 세계를 직접 눈으로 바라보던 감동을 잊기란 쉽지 않을테니 말이다(최근 소식으로 새로운 코난 영화가 제작 중이다).

   국내에 모두 번역되어 나와 있는 두 작품은 여러모로 비교해 볼만한 흥미로운 점들이 있다. 우선 공통적으로 미지의 적(인간)과 끔찍하고 치명적인 괴물들이 등장하며 이들과 사투를 벌이는 고독한 영웅 캐릭터인 주인공은 남성다움을 물씬 느끼게 한다. 이들은 단지 완력만을 내세우는 것뿐만 아니라 상황에 따라 발휘하는 기지를 통해 위기를 넘긴다. 또한 낯선 곳을 탐험하며 겪는 기이하면서 공포스런 분위기는 섬뜩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형언할 수 없는 설렘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두 작품 모두 영화화된 점 역시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반면에 차이점이라 한다면, 완력의 상징인 칼과 사악한 마법의 대결 구도를 보다 정형화시킨 코난 시리즈의 이야기 구조가 어느덧 칼과 마법이 등장하는 판타지 소설의 한 장르인 검마소설(sword and sorcery)의 창시로 이어진 부분이라 할 것이다. 거기다 같은 인간들 틈 속에선 무적이나 마찬가지인 코난이란 야만인 캐릭터를 상대하기 위해 등장하는 괴수들의 무시무시한 정도나 대규모 전투묘사, 외계인의 등장 같이 코난 시리즈가 갖는 독특한 판타지성은 차별화된 요소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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