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해 - 2009년 책으로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교사들 추천도서
박금선 지음, 여성인권중앙지원센터 기획 / 샨티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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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딸아이를 둔 부모, 그리고 모든 남자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라는  이책 "축하해". 성매매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은 얼핏 알고 있었지만 정확히 어떤 책인지는 몰랐다. 성매매 여성들. 그녀들을 하면 떠오르는 게 무엇인가? 용산이나 영등포를 밤에 버스타고 혹은 걸어서 지나가야 할 때마다 보였던 정육점을 연상하면서 왠지 살인날 것처럼 소름끼치게 만들었던 홍등가. 그리고 그 앞에 야한 옷차림으로 나와서 손님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그녀들을 볼 때마다 나도 모르게 눈살부터 찌푸려 졌다. 하지만, 싱가포르를 여행 갔을 때 그 깨끗하고 법이 엄한 도시국가 싱가포르도 그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국에 살면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범죄를 막고자 필요악이라고 한다며 홍등가는 당연히 인정하고 유지하게끔 한다고 가이드가 말했을 때, 또 누군가 그녀들이 있기에 우리같은 보통 여자들이 그래도 밤길을 안전하게 걸을 수 있고 범죄가 덜한 거라고 했을 때 한편으로는 그게 당연한가 싶은 의구심과도 함께 약간은 그녀들에게 측은함이 느껴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또다시 올해 봄 불거진 영등포 집창촌과 타임스퀘어와의 시위에서 까나리 액젓을 몸에 뿌리고 성매매를 하게 해달라고 시위를 하면서 연일 신문에 나오던 그녀들을 보면서 몸을 팔고 싶어서 안달났다는 생각에 다시금 그녀들에 대한 안좋은 인식이 머릿속에 드리웠다. 같은 여자지만 솔직히 그랬다.

 

성매매로 들어갔던 그녀들, 아니 그렇게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그녀들의 힘들었던 생활과 그 고통을 못 견디고 결국은 어렵게 수많은 빚더미를 지고 갚고를 반복하면서 빠져나오기까지의 힘들었던 과정. 그것을 우리가 어찌 다 알 수 있었을까? 아니 헤아려 생각해보려고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자기가 낳은 자식을 사랑으로는 감싸지 못할망정 온갖 매질에 고통으로 물들어 딸들이 집을 떠나게 했던 아버지들, 성매매 여성을  사랑하여 구해주는 척 하면서 다른 곳에 더 비싸게 다시 되팔았던 빠리꾼 노릇을 하는 남자들, 몸팔게 하는 것도 모자라 온갖 이유와 구실을 붙여 빚을 매기고 그녀들을 옥죄었던 포주들, 변호사, 의사등의 고급스러운 타이틀을 가지고 있음에도 성매매 여성들에게 찾아와 배운 사람답지않게 더 변태짓을 했던 가식적인 그들, 아내와 자식과 평범한 가정이 있음에도 가장 많이 찾아온다던 중년의 남자들, 그리고 상상도 못할 정도의 온갖 변태들. 여자로 태어난 것이 그녀들에게는 죄란 말인가? 정말 하고 싶어서 그 일을 하는 여자들이 몇이나 될까? 모든 남자들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 모든 근본 원인은 남자들에게 있었다. 이 책을 읽는 내 자기 자신이 설령, "난 그런 남자가 아니니까 난 상관없어."라고 생각한다 하더라도, 반드시 남자라면 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스스로 사춘기의 딸들을 키울 때 어떤 아버지가 되어주어야 할 지, 정말 천박하게 알았던 창녀라고 불리우는 이 사회의 그녀들도 얼마나 소중한 사회의 일원인지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녀들이 힘들었던 성매매 생활을 어렵게 청산하고 사회로 한 발 한 발 내닫는 모습에 왠지 다행이다 싶으면서 감동스럽기까지 할 것이다. 또 아직 머무르고 있는 더 많은 그녀들이 자기가 가야 할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도.

 

슬펐다. 같은 여자인데 그녀들은 왜 그렇게 살아야 할까? 싶은 생각에. 지금 내 삶이 힘들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책은 읽어봐야 할 것 같다. 내 자신이 아무리 어려운 환경이라고 해도 지금 부모님 밑에서 따뜻하게 밥먹고, 사랑받고 산다면 혹은 지금 돈이 없고 가난해도 건강한 몸으로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다면 그것마저도 정말 감사하라고. 현대판 성 노예로 역경이라 부르기도 힘든 갖은 수모와 치욕을 겪으면서도 세상 속으로 걸어나갔던 그녀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내 삶에 감사해라. 감사해라.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 사회에 좀 더 성매매가 근절 될 수 있도록 보탬이 될 수 있을지 또 생각하고 생각하라. 내 딸이 소중한 만큼 남의 딸들도 소중하고, 내가 소중한 만큼 상대방도 소중하다. 돈으로 성을 살 수 있다는 생각 자체부터 남자들은 버려야 한다.

 

- 인디언들은 생일을 축하하진 않는다지. 그보다는 조금씩 나아짐을 축하한대. 용기 내어 새 삶으로 첫발을 디딘 걸 축하해. 누구나 이 세상에 온 아름다운 이유가 있대. 그 이유를 찾는 그날까지 포기하지 않을 너와 나를 미리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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