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 울다
마루야마 겐지 지음, 한성례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겨울 병풍에 그려져 있는 것은 잘 닦인 겨울 달, 얼음과 가루눈에 갇힌 산정호수, 그리고 거지 법사다. 자신이 파낸 볼품없는 눈 동굴 속에 앉아 있는 법사는 얇은 누더기를 걸친 채 미동도 하지 않고, 낮에도 여전히 팽창을 계속하는 얼음의 비명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 비파를 타고 싶어도 손이 곱았고, 노래하고 싶어도 열 때문에 목이 부어 있다. 그러나 얄팍한 늑골과 마른 살에 덮인 빈약한 가슴 속에는 풍요로운 선율과 끝없는 낱말이 끓어올라, 파도처럼 바람처럼 되풀이되고 있다. 흐느낌 같기도 한, 호수의 얼음이 삐걱거리는 소리는 맑디맑은 한기寒氣를 자극하여, 시간의 흐름까지도 얼어붙게 한다. 병풍 곁의 낡은 이불에 기어 들어가 있는 중년 남자의 패기 한 조각 없는 회색빛 영혼을 마비시키고 있다. 전기담요와 전기요 사이에 끼어 있는 그 사내는 40년 하고 10개월이 된, 현재의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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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공한 보석 같은 단상.
그 하나하나를 꿰어 만든 귀한 목걸이에 비유하면 적절하려나.
일본 문학의 최정상에 놓인 최고급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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