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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지음 / 허블 / 2020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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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은 작년에 전주로 놀러갔을 때 독립서점에서 구매한 책이다. 원래 친구 생일 선물로 골랐는데.. 내가 읽지 않은 책을 선물한다는 것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아서 친구 선물은 다른 걸로 다시 구매하고 이 책은 지금까지 내가 소장해왔다. 독립 서점 주인이 강력하게 추천했던 기억이 있는데, 간략하게 내용을 설명해주면서 특이하면서 신기하고 흥미롭고 재미있는 책이라고 했다. 방구석 북클럽이 만들어지고 읽고 싶은 책을 두 권씩 고르라고 했을 때 가장 먼저 이 책이 떠올랐다. 


나는 이 책이 가히 내 인생책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재밌었다. 책을 읽으며 자연스레 그 장면들을 상상하는 나에게는 최고의 책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한 구절 한 구절이 쉬운 문체로 쓰여 있으며, 묘사도 간결하기 때문에 머릿속으로 장면이 쉽게 그려졌다. 이 책에는 총 7개의 단편집이 실려있다. 그 중 가장 좋았던 단편집을 고르는 것은 쉽지 않다. 모든 단편소설이 흥미로웠고,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하고 글로 풀어냈을까 하는 감탄을 자아냈다. 

크게 공감이 되지 않았던 '감정의 물성'은 해설을 읽었음에도 완벽한 이해는 어려웠다. 나도 우울감을 많이 느끼고 생각이 많아 감정적으로 다운되는 순간이 많지만, 여전히 분노, 우울, 슬픔 등 감정의 물성을 소유하려는 책 속의 사람들의 마음은 완벽하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들만의 이유가 있겠지..하고 딱히 이해하려 들지는 않았다.


'관내분실'은 그 배경만 SF소설일 뿐, 너무나도 일상적인 소설이다. 스스로의 모습을 잃은 엄마들은 한국에 너무나도 많다. 남편을 위해, 자식들을 위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뒤로 제쳐두고 스스로를 버리는 엄마들이 너무나도 많다.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 조차 어떤 엄마들에게는 부담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한국의 현실이 그렇다. '관내분실' 속 엄마의 모습은 전혀 특별하지 않다. 한국의 어디에서든지 만날 수 있는, 가족을 위해 일생을 헌신한 엄마의 모습. 물론 그 엄마가 자식들에게 했던 행동들이 좋은 행동이라는 말은 아니다. 자식들 입장에서 보면 엄마가 그리 좋은 롤모델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엄마를 그렇게 만든 것은 무엇일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직접적으로는 아니지만) 포기하게 만든 그 가족들이 아닐까.. 그 가족들이 무언의 기대를 엄마에게 갖게 된 것은 이 사회의 문제가 아닐까..


책은 읽기 쉬웠다. 아주 술술 읽었고 작가의 상상력에 여러 번 감탄했다. 그런데 마지막에 인아영 문학평론가의 해설을 읽으며 더욱 이 책의 진가를 알게 되었다. 나는 단순히 각 소설 속의 등장인물과 일어나는 일에만 집중을 했는데, 그 인물들이 처한 상황과 신체적 특징을 생각해보면 그들은 대부분 사회의 약자라는 것을 인아영 문학평론가가 언급해주었다. 해설을 읽은 후 다시 한 번 소설을 되뇌어보니 이 책은 사회의 약자들이 주인공인 책이었다. 비혼모, 이혼 가정, 우울증에 걸린 엄마, 장애를 가진 사람, 노인, (외계인에 비해 신체적으로 매우 약한) 약자.. 그들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는 놀랍고 아름다운 생물이다." - P96

정말로 지구가 그렇게 고통스러운 곳이라면, 우리가 그곳에서 배우게 되는 것이 오직 삶의 불행한 이면이라면, 왜 떠난 순례자들은 돌아오지 않을까? 그들은 왜 지구에 남을까? 이 아름다운 마을을 떠나, 보호와 평화를 벗어나, 그렇게 끔찍하고 외롭고 쓸쓸한 풍경을 보고도 왜 여기가 아닌 그 세계를 선택할까? - P51

"그들이 기억과 함께 우리를 떠나는 거야."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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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서가명강 시리즈 1
유성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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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처음 이 책의 제목만을 들었을 때, 나는 제일 먼저 책의 장르가 소설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왠지 책의 주인공은 남자일 것 같았고, 남자가 매주 자신이 사랑했던 누군가의 무덤에 찾아가는.. 뭔가 따뜻한 메세지나 슬픈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보기 좋게 틀렸다.


이 책은 유성호라는, 그것이 알고싶다에도 자주 출연하는 법의학자가 죽음에 대해 서술한 책이다. 자신이 법의학자라는 직업을 어떤 계기로 갖게 되었는 지, 법의학자로 일하면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혹은 시체들이라고 지칭하는게 더 맞겠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는 죽음은 무엇이고 사람들이 죽음을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 지 등을 책 속에 담았다. 


책은 읽기에 어렵지 않았다. 초반에 자신이 지금까지 만났던 죽은 사람들 중에 특별한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에 대해 서술하면서 내 흥미를 유발했다. 슬프지만 당연하게도 피해자 중에는 여자가 많았고, 억울하게 죽었으나 가해자(남자)는 죽은 사람(여자)은 말이 없다는 것을 이용해 자신의 잘못을 감추려 시도한 이야기도 꽤 되었다. 하지만 지은이가 서술한 죽음 중에는 사실 이런 자극적인 죽음보다 자연사(병사)나 자살로 인한 죽음의 비율이 꽤 컸다. 나는 단순히 지은이가 자신이 만난 죽은자들에 대한 흥미롭거나(흥미롭다고 표현하는게 실례가 된다면.. 특이한?) 주목해야할 만한 이야기에 대해 쭉 나열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부분은 책에서 1/3도 차지하지 않았다. 나머지 2/3은 죽음의 종류와 원인, 다양한 사람들(여기서는 전문가)이 죽음에 갖고 있는 의견이나 그들이 찾아낸 새로운 정보들, 사람이라면 마땅히 맞이해야할 죽음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등이 차지하고 있다. 단순한 흥미를 위한 책이 아니라, 자신은 과학자에 가까운 법의학자라 철학자들의 입장에서 서술할 수 없다고 중간에 언급하긴 했지만, 죽음에 대해 철학적으로 접근하는 책이라고 볼 수 있겠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고 죽는다. 그들 중에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훨씬 많다. 지금 이 순간에도 1분에 여러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지은이가 하고자 했던 말은 책 중간에 딱 한 번 표현되었으나 아주 강력했던 이 메세지가 아닐까 싶다.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금문교(Golden Gate Bridge)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끊는 장소로 유명하다. 금문교에서 목숨을 끊으려 했던 사람들 중에는 우연히 다른 사람에 의해 발견되었거나 구조대가 구하러 올 때까지 목숨이 붙어 있어 기적적으로 살아난 사람들도 있다. 그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했던 말이 있다고 한다. 다리에서 뛰어내리기 직전까지는 이 세상에서 자신만 없어지면 모든 일이 해결될 것만 같고 생을 마감한 후에는 모든게 편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강물로 몸을 던짐과 동시에 든 생각은 '이 세상에 내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것들이 아주 많다. 지금 내가 강물로 떨어지는 것을 제외하고'였다고 한다. 다시 말해, 죽음을 갈망하고 생을 마감하기를 간절히 원해 금문교까지 찾아간 사람들마저도 죽음의 순간에는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었음을 통감하고 후회한다는 것이다. 물론 목숨을 끊은 사람의 수가 살아난 사람의 수보다 많을 것이기 때문에 금문교에서 자살을 시도한(시도하여 성공한 사람 포함)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최소 자살 시도 후 살아난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이러한 메세지를 전달했다고 하니, 아직 죽음, 혹은 그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없는 나로서는 내 인생이 조금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고나 할까?


지은이는 끊임없이 죽음에 대비(준비)하라고 한다. 책에서는 스스로의 죽음을 어떻게 준비할 수 있는지를 물리적인 방법과 심리적인 방법으로 나누어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부분을 읽으면서 아직 죽음과는 거리가 먼 나는(단순히 어리기 때문에), 사실 나의 죽음을 준비하라는 메시지 라기 보다는 내 주변 사람들.. 특히 부모님이나 가까운 어른들의 죽음을 준비하라는 메시지로 들렸다. 아직까지도 엄마 아빠가 없는 이 세상을 상상하기 어렵고 상상하기도 싫은 나에게 아주아주 조금은, 그 세상을 천천히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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