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내가 오래전부터 갖고 있었던 공간이다. 

그래서 신뢰할 수 있다. 내가 아는 누구도 여기를 찾지 못할꺼라는거. 

여기서 많은 사람들의 글을 읽었고, 많은 책들을 찾아가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동안 여기에 무언가를 쓸 생각은 하지 못했다. 

 

몇일 전부터 무언가를 쓰고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소멸해 버리는 기억을 붙잡고 싶어서가 아니라 

떠나지 않는 생각을 이곳에 떼어내고 싶어서다. 

 

그가 떠난지 6개월이다. 

그가 있는 동안 난 사실 행복했다. 그리고 전적으로 기대었다. 

어쩌면 나의 존재의의 자체를 거기에 묻어놨는지도 모르겠다. 

처음이었고, 강렬했고, 따뜻했고, 그 냄새가 좋았다. 

그렇지만, 내 동의 따위 없이 끝나버렸다. 

미친 듯 어떻게든 되돌리고 싶었다. 

한개비, 한개비 빨이들일때마다 그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치게 스며들어왔다. 

그렇지만 그가 나에게 다시 돌려준건, 

처음 떠날때와 같은 깊은 침묵이다. 

 

6개월 전 나는 그 침묵을 견딜 수가 없었다. 

너무도 조용해서 이명이 들리고 미쳐버릴 것 같은 순간들이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나 역시 침묵이 편하다. 

이제 무언가를 듣는 것도 말하는 것도 더이상은 싫다. 

그냥 그가 이 침묵을 끝까지 지켜주길 바란다. 

이젠 나도 그에게 줄게 침묵 밖에 없으니까. 

 

소를 도축할때 경동맥을 그으면 거꾸로 매달린 소에서 검붉은 피가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그렇게 내 머리속의 모든 기억과 미칠듯한 생각들이 쏟아져 나가길 간절히 바란다. 

바보가 되어도 좋다. 

그동안 놓치고 싶지 않아 애써 되새김질 했던 기억도 상관없다. 

그냥 다 빠져나가버리고 

오늘밤 시체처럼 잠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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