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쓰여 있었다 - 어렸을 적이라는 말은 아직 쓰고 싶지 않아, 일기에는…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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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의 신간 『그렇게 쓰여 있었다』는 곱씹을수록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표지뿐만 아니라 구성 디자인까지 세세하게 신경을 쓴 것이 보여 마음을 사로잡더니 어린 시절 이야기, 가족 이야기, 모임과 일상 이야기 등에서 서로 다른 듯 같은 마스다 미리를 만나게 되는데 공감의 아이콘답게 작은 책에서 엄청난 내공을 내뿜는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사소하게 그냥 넘겨버리고 말 일들도 마스다 미리의 일상에선 사랑스러운 에세이가 되고 일러스트가 되는 마법을 그동안의 마스다 미리 작품들에서 수도 없이 봐왔는데 여전히 놀라워하고 공감을 하고 위로를 받을 것들이 많다는 게 너무나 신기하다.

마스다 미리는 작가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에세이의 매력을 어떻게 발산해야 하는지 잘 아는 것 같다. 쉰을 코앞에 두고도 부모님 앞에서는 언제까지고 소녀이고, 본전을 뽑기 위해 홍차를 다섯 잔이니 리필을 하고 가루가 될 것임을 알고 있음에도 마카롱을 손수건에 싸는 모습이 친근하다. 마스다 미리의 에세이를 찾는 독자들이 원하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영리한 작가다. 그렇지 않고서야 발표한 에세이마다 매번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들지는 못할 것이다.

서점에 가면 내년 다이어리와 달력들이 벌써 나와있다. 회사 분위기도 벌써 올해를 마무리하는 분위기다. 안 좋은 일로 절대 잊을 수 없는 한 해를 힘들게 보냈다. 감정의 소모가 너무나 컸던 탓에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지면 당연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게 보내고 있다. 인생을 백살쯤 산 노인처럼 살고 있다는 말도 들으며 이 좋은 나이에 정말 엉망으로 살고 있다. 그러는 와중에도 몇 년간 다이어리 버킷리스트에 적혀 있던 일들 몇 가지를 해냈는데 안 좋은 일이 아닌 좋은 일 몇 가지로 올해를 기억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일상이 지루하지 않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새로운 음식을 먹으러 가고 무언가를 배우면서 평범한 일상 속에서 내가 몰랐던 나 자신을 만나고 나도 모르게 영혼이 더 자라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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