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에 걸린 소녀 밀레니엄 (문학동네) 4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지음, 임호경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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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영화 <밀레니엄 : 영화를 증오한 남자들>의 개봉을 앞두고 밀레니엄 시리즈의 인기는 책, 영화할 것 없이 엄청났었다. 총 10부작으로 기획된 시리즈는 작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중단되었지만 작가가 완성하고 간 3부 시리즈는 전 세계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으며 매니아층을 양성하기 충분한 조건을 갖췄다. 이미 두 개의 출판사에서 번역되어 부제목이 달랐던 책들과 스웨덴판 세 편의 영화, 그리고 개봉을 앞둔 할리우드 영화, 소설과 영화보다 더 소설과 영화 같았던 원작자 스티그 라르손의 죽음과 사후에 빛을 보게 된 소설의 후일담까지 밀레니엄 시리즈 팬들이라면 환호할 요소들이 많았다.

6년이 지나도록 영화의 속편 소식은 더 이상 들려오지 않고 밀레니엄 신드롬은 그때 거기까지였구나 생각할 즈음 들려온 뉴스는 놀랍게도 영화 속편 소식이 아닌 소설 4부의 출간 소식이었다. 소설과 영화를 챙겨 읽고 보며 리스베트 살란데르라는 캐릭터에 대책 없이 빠져있었던 나로서는 솔직히 반가움보다는 노파심이 더 컸음을 고백한다. 작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시리즈가 끝을 맺지 못했다는 것 자체가 기념비적인 일이었고 마치 작가가 소설의 운명을 미리 감지하기라도 했던 것처럼 3부의 마지막 장면은 더없이 완벽했다. 그런데 스티그 라르손이 아닌 다른 작가가 스티그 라르손의 분신이나 마찬가지였던 미카엘을 써 내려가고 리스베트 살란데르에게 생명을 부여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앞서 스티그 라르손이 아닌 감독들이 스크린에서 창조한 밀레니엄 시리즈들이 충분히 흥미롭고 재미있었지만 미카엘은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도움 없이는 아무런 문제를 해결할 줄 모르는 멍청이로 만들고 리스베트 살란데르는 필요 이상으로 말이 많고 행동이 큰 캐릭터로 만들어버리는 실수를 범했던 탓에 바통을 이어받은 다비드 라게르크란츠가 6권까지 시리즈를 제대로 이어갈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더 컸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우려는 6년 사이 독서의 편식이 더 심해지고 갈수록 재미없는 어른이 되고 있는 내가 이 시리즈를 그때의 그 감성으로 받아들이고 빠질 수 있을까 하는 나 자신에 대한 걱정이었다. 걱정과 노파심, 우려 모두가 밀레니엄 시리즈에 대한 애정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다비드 라게르크란츠가 탄생시킨 밀레니엄의 반쪽 이야기들도 궁금했고 어쩌다 소녀가 거미줄에 걸렸는지도 걱정도 됐고 새롭게 밀레니엄 시리즈를 출간시키는 출판사가 문학동네라 그 와중에 믿음감은 좀 커졌다.

 

새로운 캐릭터들과 호기심을 자아내며 긴박하게 전개되는 스토리에 빠져 책장을 넘기며 읽었던 밀러니엄에 대한 기억은 3권까지였다.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스티그 라르손이 건축한 밀레니엄과 다비드 라게르란츠가 바통을 이어받은 밀레니엄은 닮은 듯 분명 다른 세상이다. 무엇이 더 좋고 나쁘다로 구분할 수 없는 전혀 다른 새로운 세계를 만나며 내가 느낀 첫 감정은 혼란이었다. 촘촘하고 견고한 스토리 속에서 캐릭터들이 생명을 불어넣으며 밀레니엄만의 매력을 충분히, 그리고 여전히 발산시키지만 낯설고 새로운 공간으로 들어갔음을 인지하게 되는 순간 이 소설을 밀레니엄 4권이 아닌 전혀 새로운 소설을 읽고 있다는 착각이 든다. 스티그 라르손의 연장선상인 듯하지만 다비드 라게르크란츠의 색을 확실히 구분하게 되는 지점들이 있다. 그게 좋아진 건지 별로인 건지 구분이 힘들다.

 

​여러모로 신기하고 흥미로운 경험이다. 책이 출간되자마자 남들보다 빨리 그 경험을 하고도 이 감정들을 분명하게 말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독서에 빠지지 못하고 겉돌았다는 건 아니다. 여전히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매력에 빠지게 되고 앞으로 전개될 스토리를 궁금해하며 책장을 놓지 못하고 이야기에 스며들었지만 거미줄에 걸린 소녀를 만나기도 전에 내가 그만 거미줄에 걸린듯한 모습이다. 뭐라 설명하지 못하는 내 머릿속을 아우그스트가 그린다면 어떤 그림이 나올까? 확실한 건 앞으로 남은 두 권의 시리즈를 다 읽어봐야 밀레니엄에 대해 확실하게 정의를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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