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나서 2 (2017 플래너 세트) - 그리고 누군가가 미워진다, 177 true stories & innocent lies 생각이 나서 2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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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고 싶은 것이 있다. 가고 싶은 전시회가 있다. 보고 싶은 영화가 많다. 읽고 싶은 책도 많다. 해야 할 일들이 많다. 아무것도 제대로 해내지 못한 채 정신없이 바쁘기만 한 요즘 규칙적으로 해내는 일이라곤 몸이 아프거나 눈물을 찔끔 흘리는 일밖엔 없다. 바쁜 와중에 귀하게 읽어내려간 황경신 작가의 신작 『생각이 나서2』를 처음 마주했을 때 부제를 보고 실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는데 이 바쁜 와중에 내가 규칙적으로 하는 일이 또 있었음을 이 책의 부제를 보는 순간 깨달았기 때문이다. 요즘 내가 가장 열심히, 꾸준히 하는 일은 누군가를 미워하는 일이다.

 

세상은 여전히 상처투성이고 우리는 여전히 여린데, 이제, 떠나야 하는 길은 멀고 다시 만날 날은 아득한데, 어떻게 되는 걸까, 너와 나는? p.270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

 

현재 나에게 가장 간절한 것을 묻는다면 주저 없이 일상의 평온함을 꼽겠다. 요즘 입에 달고 사는 투정을 글로 옮겨보니 조금은 우습다. 뭐 그리 대단한 일로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낸다고 새해 첫 서평을 책에 관한 이야기는 시작도 못한 채 허세 가득한 글들로 주절거리나 싶다. 그러니까 요즘 나는 조금 복잡하다. 말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들 틈에서 만난 황경신 작가의 짧은 에세이들이 나에게 약이 될지 독이 될지 궁금했다. 간증에 가까운 지난 황경신 작가의 작품들에 관한 서평을 본다면 이미 답은 정해져 있었던 것 같다.

 

 체한 것처럼 앙금으로 남은 일이 있는데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지금은 그저 입을 다무는 것이 최선이므로, 마음이 깊어도, 가 아니라 마음이 깊어서, 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변함이 없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겠으나, 아무 말없이 홀로 견디겠다고 작정한다. p.296 「마음이 깊어도」

 

황경신 작가에게 이 세상에 말도 안 되게 쉬운 것이 있다면 에세이를 써 내려가는 것, 그 글이 독자들의 마음을 사무치게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황경신 작가의 글에 가장 크게 감응할 수 있는 시기에 황경신 작가의 무수한 글들을 만나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일요일이 다 가는 것이 너무나 아쉽고 다시 정신없이 바빠질 예정이고 여전히 누군가가 밉지만 황경신 작가의 조용한 한방은 치유의 힘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어떤 글귀는 다시 되짚어 읽기도 하고, 어쩐 글귀는 숨죽여가며 읽으면서 나 자신도 자세히 알지 못 했던 내 무의식을 들여다본 것 같다.

 

 친구는 할 말을 잃었으나 나는 진심이었다. 슬픔과 아픔에 잠겨 있던 날들도 많았지만 이렇게 기쁘고 환한 순간도 있었다는 걸,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한때 선명하게 존재했던, 언젠가 그날이, 내게도 분명히 있었다고, 살아 있는 동안 앞으로도 있을 거라고, 지금의 나 자신에게 가르쳐주고 싶은건지도 모르겠다. p.59 「언젠가 그날」

 

그러니 봄이 오기 전에 

새끼손가락 걸고 약속한다.

내일이 아니라 그저 오늘을 살자고.

아무쪼록 나는 살아남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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