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카지마 교코 『어쩌다 대가족, 오늘만은 무사히!』

어쩌다 대가족, 오늘만은 무사히!
나카지마 교코 지음, 승미 옮김 / 예담 / 2016년 6월

뉴밀레니엄 시대를 맞이한 후부터 히다 댁의 사정은 계속 하향곡선만 그려왔다.
하루코의 시선으로 가족들을 살펴보면 치매에 걸린 엄마, 의치와 얄궂은 외국어, 바둑 밖에 관심 없는 남편, 히키코모리 장남과 조용히 살고 있었지만 남편의 사업 실패로, 이혼으로 출가했던 딸들이 줄줄이 돌아오면서 대가족을 이루어 모여살게 되었다. 사춘기 손자는 창고 안에 틀어박혀있고 차녀는 이혼 후 임신 사실을 알게 된다. 친구들에게 속 사정을 털어놓으며 위로받고 싶지만 친구들은 하루코네는 평화로운 거라고 말한다. 히다 가문은 정말 평화롭고 행복한 걸까?
 
히다 가문의 피를 각오하세요
공통점이라곤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다채로운 캐릭터들로 북적이는 대가족 이야기를 펼쳐놓은 장편소설이지만 각자의 시점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마치 한 집에 모여 사는 각각의 1인 가정의 이야기를 단편으로 보는 것 같다. 그렇다고 히다 가문을 콩가루 집안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유쾌하고 즐거운 일이라곤 없고 모두가 사춘기를 보내듯 내적 방황으로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온갖 상상력을 발휘하여 가쓰로를 변호하는 가야노처럼 어느새 나 역시 히다 가문을 변호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히다 가문의 피가 섞이지 않은 사위 소스케조차 오타쿠 기질의 보이며 명실상부한 히다 가문 구성원으로서의 매력을 뽐내는데 드물게도 모든 캐릭터가 다 이해가 되고 다 좋았다. 다채로운 캐릭터들은 모두 자기 몫을 해냈다. 어쩌면 이 세상에서 제일 이상한 가족을 내가 좋아하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 
 
패밀리아 펠리체
나카지마 교코는 『어쩌다 대가족, 오늘만은 무사히!』를 통해 핵가족 시대마저 해체되고 1인 가정 시대가 도래하는 이 시대에 벌어지는 청소년 왕따 문제, 히키코모리, 거품경제, 미혼모 등 무거운 사회문제들을 다루었지만 『어쩌다 대가족, 오늘만은 무사히!』는 즐겁게 읽힌다. 하지만 『어쩌다 대가족, 오늘만은 무사히!』는 결코 가벼운 소설이 아니다. 나카지마 교코 작품을 처음 접하지만 나오키상 수상자의 내공이 충분히 느껴진다. 작가의 이전 작품들과 작가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까지 챙겨보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긴다. 무엇보다 『어쩌다 대가족, 오늘만은 무사히!』속의 남성 캐릭터들이 좋았다. 히다 댁의 가장 류타로, 장남 가쓰로, 사위 소스케, 손자 사토루는 물론이고 히다 가문의 예비 가족 신고와 그의 동료 다테오까지 눈살이 찌푸려져야 마땅하지만 각양각색의 캐릭터들은 이 소설의 여성 독자 팬을 늘리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 예상된다. 그러니 부디 『어쩌다 대가족, 오늘만은 무사히!』가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게 되더라도 이곳을 빠져나와 저쪽 세상으로 가려고 안달하지 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