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추기경
평화방송 엮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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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신자들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정신적 지주였던 김수환 추기경은 성직자이기 이전에 대한민국의 큰 어른이었다. 선종 7주기가 지났지만 김수환 추기경과 관련된 서적들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으며 길잡이가 되어주고 있다. 서점가뿐만 아니라 영화계에서도 몇 년 전 <그 사람 추기경>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를 개봉하기도 했었다. 그 따뜻한 열기를 이어받아 소담출판사에서 『그 사람 추기경』이라는 신간을 내놓았다. 가까이에서 김수환 추기경과 함께했던 17명의 사람들이 자신들이 지켜봤던 김수환 추기경의 생전 모습을 증언한다. 앞서 개봉된 동명의 영화 속 인터뷰를 묶은 책이다. 
 
책의 전체적인 흐름이나 내용이 어떨지 너무나도 쉽게 연상이 되고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지만 대한민국에서 김수환 추기경이라는 큰 어른이 존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듬직하고 좋은 것처럼 이 책이 존재만으로도 너무나도 듬직하고 좋았다. 진솔하고 따뜻한 인터뷰와 증언 속에서 여전히 김수환 추기경은 우리 곁에 살아 계시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평소 종교 관련 서적이 아닌 책에서 작가 특유의 종교색이 묻어 나올 경우 진저리치거나 질색을 할 정도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내가 종교에 대한 나름의 각오까지 하며 읽기 시작했지만 성직자로서의 모습보다 한 인간의 모습으로 초점을 맞추고 바라볼 수 있어서 더 좋았다. 김수환 추기경이 짊어져야 했던 '큰 어른'이라는 왕관의 무게에서 '추기경'이라는 타이틀은 사실 그리 크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터뷰를 읽는 내내 따뜻함이 밀려왔다.
 
시인으로서 보시기에, 추기경님 언어의 특징은 어떤 게 있을까요?
추기경님의 기도문을 읽고, 저도 많이는 안 봤지만, 그분이 쓴 강론집이라든가 말씀모음집, 그런 걸 보면 크게 세련됐거나 현란하거나 그건 아니에요. 평범함, 그냥 있는 그대로의 진솔한 느낌이 있지요. 당신의 삶 자체가 진실하니까요. 글도 구수한 된장찌개 같은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 글은 그 사람 삶의 내면을 반영하는 것이니까요. (이해인 수녀 p.321)
 
이해인 수녀는 삶의 내면을 반영하는 김수환 추기경의 글에는 있는 그대로의 진솔한 느낌이 있다고 했다. 김수환 추기경의 언어의 진솔함은 그의 삶 전반에 녹아, 고인의 모습을 증언하는 인터뷰에서도 내내 그 진솔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사람 추기경』역시 김수환 추기경의 글처럼 구수한 된장찌개 같은 느낌을 주는 책이었다. 하얀 표지의 책이 때가 타는 것을 겁내지 않고 때가 타고 낡은 형태가 될 때까지 자주 펼쳐보고 곁에 두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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