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중국을 공부하는가 - 중국 전문가 김만기 박사의 가슴 뛰는 중국 이야기
김만기 지음 / 다산북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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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중국인의 생활습관을 생각하면 만만디(慢慢地, 천천히)를 제일 먼저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짧은 시간 동안 눈부신 초고속 성장을 이뤄내고 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모습은 결코 만만디가 아닌 콰이콰이(快快, 빨리빨리)의 모습이다. 경제, 정치, 문화 등 국제사회의 각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슈퍼 차이나'이지만 여전히 나는 만만디의 나라로 개발도상국을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으로 중국을 바라보고 있다. 중국 전문가, 중국 천재 김만기 교수가 정확하고 상세히 중국에 대해 공부시켜줄 책 『왜 나는 중국을 공부하는가』를 내놓았다. 중국이라 하면 만만디, 꽌시, 짝퉁밖에 떠올리지 못하는 중국 무지렁이인 나의 왜곡된 시선을 바로잡아주고 정확히 중국을 이해하고 바라보는 관점을 만들어 줄 것 같아 책에 거는 기대감이 중국의 높은 성장률처럼 높아진다.

 

중국의 급부상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중국이 세계 강대국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은 옛날 옛날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부터 전해져왔었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아무리 커져도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날까 싶어 반신반의했던 게 불과 몇 년 전 일인데 그사이 중국은 많은 분야에서 한국을 추월했고 G2 강국으로 부상하며 G1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이제는 중국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다.

한중수교가 되던 1992년 한국인 최초 베이징대학 유학생이 되고 이후 영국 런던대학 SOAS(동양아프리카 연구학교)에서 중국학을 공부한 후 중국 투자 전문가로, 대학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김만기 교수가 오랜 시간 중국을 경험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본 중국이야기를 고스란히 녹여낸 『왜 나는 중국을 공부하는가』를 읽어가는 동안 나 자신이 자만에 빠진 우물 안 개구리로 느껴지면서 부지런히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했다. 중국이 모두의 예측과 우려(?)대로 빠른 속도로 크게 성장해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는데 거기에 대한 대비나 공부는커녕 여전히 편협한 시각으로 편견만 잔뜩 가지고 있으니 나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지는 건 당연했다. 

 

 중국 사람들이 평생 못해보고 죽는 것이 세 가지 있다고 한다. 한자를 다 못 익히고 죽고, 중국 음식을 다 못 먹어보고 죽고, 중국 여행을 다 못해보고 죽는다고들 한다. 평생 바다를 한 번도 못 보고 죽는 사람들이 있다고 할 정도로 중국은 광활한 영토를 가진 나라다. 그런 중국은 여행 몇 번 가보고, 출장을 자주 다닌다고 해서 다 알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어쩌면 평생을 여행해도 다 볼 수 없는 곳이 중국이란 나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중국 공부를 아무리 해도 항상 부족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p.101

 

작가는 중국인 특유의 생활방식과 문화를 보여주며 그들을 어떻게 상대하고 받아들이고 이해해야 하는지 알려주는데 거침없다. 중국 투자 전문가로서 직접 겪어나갔던 무수한 비즈니스 관련 경험담도 상당하다. 중국 사회의 고질병이라 치부했던 만만디, 꽌시 등에 대해서 그것을 중국 특유의 문화로 받아들이고 중국인들을 이해하게 했으며 수평적인 조직문화로 기업이나 기관의 최고 수장이 기사와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알려주는 대목은 그들의 정서를 본받고 배우도록 일깨워주었다. 또한 이미 많은 분야에서 한국을 추월한 중국을 한국이 어떻게 대처하고 기회를 만들어나가야 할지 그 방법들을 제시해주기도 한다. 국제사회에서 중국 자본은 막강한 힘을 자랑한다. 한국 경제 역시 중국 자본에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는데 어떻게 대비하고 대처해나가야 할지 중국에 대한 올바른 공부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게 해주었다.  

 

작가가 직접 체험한 경험들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보니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이 책이 에세이 분야에 진열되어 있어도 문제가 없어 보일 만큼 책의 초반에는 중국보다는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들이 더 도드라져 있다. 그 점이 이 책의 단점으로도 작용하면서 또 반대로 장점으로도 작용하는 것 같다. 이 책을 중국 전문 서적이나 중국 입문서로 보기엔 담고 있는 내용이 가볍다. 하지만 낮은 진입장벽으로 쉽게 중국에 대한 이해와 공부를 돕는 건 틀림없다. 덕분에 잘 아는 분야도 아닌데 어려울까 봐 읽기 겁냈던 이 시리즈의 다른 책들에 대한 관심도 생겼다. 또한 세 번의 입시 실패 후 군복무를 마치고 남들보다 늦은 시작을 당시에는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중국으로 가고 20여 년이 흐른 후 현재 대한민국 최고의 중국 전문가가 된 작가의 이야기가 작가가 알려주는 중국 이야기보다 더 와 닿은 독자들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작가의 영국 유학 시절 서툰 영어로 아무리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는 책을 들고 지도교수님을 찾아가자 교수님은 단호하게 "어려운 책은 안 봐도 된다. 책을 어렵게 쓰는 것은 저자도 잘 모르기 때문이다"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책이 쉽게 술술 읽힌 것은 저자가 중국 전문가, 중국 천재답게 누구보다 중국에 대해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편견만 가득했었는데 책을 다 읽고 새롭게 중국에 대해 알게 된 지식들이 묵직하게 쌓여 있다. 작가가 중국에 대한 큰 애정을 가지고 있는 덕분에 중국이란 나라가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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