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나의 느긋한 작가생활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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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다 미리의 신작을 만날 때는 두근두근합니다.
소소한 일상을 담담하게 그려내면서 독자들을 뜨겁게 위로해주는 마스다 미리 열풍이 식을 줄 모른다. 올해만 해도 여덟 권의 만화와 에세이로 한국 독자들과 만나 공감 마법을 이어가고 있다. 새로운 계절이 돌아오듯 마스다 미리도 한 편의 만화와 한 편의 에세이로 반갑게 돌아왔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믿고 보는 마스다 미리의 신간이 동시에 나오면 어떤 작품을 먼저 만나볼까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되는데 특히 이번처럼 만화 『평범한 나의 느긋한 작가생활』과 에세이 『전진하는 날도 하지 않는 날도』가  동시에 나오면 그 선택이 쉽지 않다. 나에겐 공감 마법이 에세이에서 더 강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 에세이를 선택해야지 싶다가도 마스다 미리 자신을 모델로 한 만화를 향한 호기심이 만만치 않다. 두 권의 마스다 미리 신간을 두고 필수 코스인 선택 장애의 시간을 가지고 난 뒤 나의 선택은 이번엔 만화가 먼저다. 사실 언제나 옳은 마스다 미리의 작품들 앞에서 순서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나는 대부분의 일에 크게 흥미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가본답니다. 찾고 있는 무언가를 만나기 위해.
『평범한 나의 느긋한 작가생활』이 마스다 미리 자신을 모델로 한 첫 자전적 만화라는 소개에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긴 머리를 한 모습에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지고 같이 처음 일하는 편집자를 만나러 가는 마스다 미리를 보면 새롭기도 하고 낯설기도 하지만 그동안 수많은 작품 속에서 마스다 미리를 만난 것 같은데 그렇다면 그동안 만나온 수짱은 단지 마스다 미리가 픽션으로 창조한 캐릭터일 뿐인란 말인가 싶어 섭섭하기도 하고 생떼를 쓰는 아이처럼 그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가 않다. 또한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 다 알아주는 친근하고 따뜻한 언니의 모습이 아닌 작가의 모습으로 작가생활을 이야기 한다니 아마 나와 공감지수가 가장 낮은 작품일 거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어이어이~). 하지만 이 모두가 섣부른 기우이고 내가 너무 멀리 나간 이야기라는 게 밝혀지는 데는 10페이지도 넘기지 않는다. 수짱에게서 작가를 봤듯 작가에게서 수짱을 보게 되며 마스다 미리의 작가생활은 너무나도 친근하게 다가온다.
수짱이 일하는 카페의 모델을 찾는 이야기(평소 작가가 즐겨 찾는 가게나 아는 가게를 모델로 한 게 아니라 그녀가 발품을 팔아 찾아다녔다고 한다!)를 들려주기도 하고 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던 명대사가 나오게 된 배경을 소개하며 『평범한 나의 느긋한 작가생활』을 통해 마스다 미리의 생활을 엿보다 보면 그녀의 작업 비밀(?)을 알게 되는 등 마스다 미리의 작품을 좋아하는 팬들을 환호하게 하는 요소가 많다. 뿐만 아니라 공부를 못해 늘 나머지 공부를 해야 했던 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서양화를 전공하고 카피라이터가 되고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 위해 도쿄에 상경해서 만화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며 인간 마스다 미리의 생활도 들려주면서 그 어느 작품보다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 다른 작가 험담을 하는 편집자를 조심하고 접대를 받으며 상대방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번에도 그녀와 폭풍 공감을 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고백하자면 나는 마스다 미리를 참 좋아한다. 정말 좋아하는데 뭐라 표현할 방법이 없다. 작년과 올해 내가 가장 많이 읽은 작가는 마스다 미리가 독보적으로 1위다. 아직 읽어보지 않았던 작품들, 새로 나온 신간들을 챙겨 읽을 때면 나는 내가 평소 느끼는 감정 그 이상으로 마스다 미리를 좋아한다는 걸 느낀다. 올해도 벌써 여러 번 그 느낌을 느꼈고 이번 신간을 읽으면서 역시 그 느낌을 느끼며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출퇴근이 없어 약속이나 외출할 일이 없으면 몇 날 며칠째 씻지도 않고 집안에만 있는다거나 마감이 코앞에 다가오면 미뤄둔 원고 때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진다 하는 등의 뻔하게 예상했던 이야기를 하지 않고서도 느긋한 작가의 일상을 이토록 잘 녹여낸 그녀가 정말 좋고 대부분의 일에 흥미가 없지만 찾고 있는 무언가를 위해 시큰둥하게 강의를 신청하고 들으러 가는 그녀가 너무 좋다. 이외에도 그녀가 미치도록 좋은 이유를 더 많이 나열할 수 있지만 책 속의 에피소드를 옮겨 적는 일이 되기에 입이 간질간질하고 손가락이 간질간질해도 참아 보기로 한다.

 

책에는 몇 가지 패턴이 있습니다.

어딘가에 연재했던 글을 모은 책과 어디에도 발표하지 않은 새로 쓴 책이 있습니다.

『평범한 나의 느긋한 작가생활』을 읽으며 마스다 미리가 더 좋아진 덕분에 읽는 순서에는 밀려났지만 같이 나온 에세이 『전진하는 날도 하지 않는 날도』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더 커진다. 신문과 출판사 웹진에 연재했던 에세이 묶음이라는 이 책은 마스다 미리의 일기장이라 불린다고 한다. 아... 그동안 하도 설레서 더 이상 설렐 가슴이 없을 줄 알았는데 또 설렌다. 잠깐 쉬면서 달콤한 거 좀 먹고 바로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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