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자
생활을 접고 전업 작가로 변신한 장강명 작가는 부지런하게 작품을 발표하고 있고 더 부지런하게 각종 문학상 수상 소식과 새 작품 출간 소식을
들려주며 독자들을 가만히 놔두지 않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소설가라는 소개가 어색하지 않지만 매 작품마다 기자 출신 작가 특유의 뛰어난 취재력과
그 경험이 큰 강점으로 부각되어 소개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작품을 읽은 독자라면 뛰어난 필력과 탄탄한 스토리에 감탄하며 기자 출신이라는
타이틀이 얼마나 많은 것을 가리고 있는지 안다. 『댓글부대』로
올해만 벌써 4권의 책을 발표한 작가가 이번엔 인터넷 댓글을 소재로, 국정원 불법 선거 개입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을 발표했다. 소재만 봐도
그의 강점인 취재력이 얼마나 큰 빛을 발하게 될지 기대감이 커진다. 그 소재를 이끌어갈 탄탄한 스토리는 말할 것도 없다. 이번 작품은 제3회
4.3평화문학상 수상작이다.
팀-알렙의
세 청년 삼궁, 찻탓캇, 01査10이 의뢰를 받고 댓글을 조작하고 여론을 선동하는
장면을 읽어가다 보면 어디까지가 팩트이고 어디서부터 픽션인지 그 경계가 모호해진다. 장강명 작가는 자신의 뛰어난 무기인 치밀한 취재는 물론이고
특유의 예리한 시선으로 인터넷 커뮤니티 조직화의 어두운 현장을 적나라하게 조명하며 "읽는 모두가 조금씩 불편해지길 바라며 썼다"라는 자신의
바람을 성공시킨다. 어떤 취향을 가졌든, 어떤 정치 성향을 가졌든 『댓글부대』를
읽다 보면 불편해지고 불쾌해지지만 흥미롭게 진행되는 이야기는 빠르게 읽히며 이번에도 작가는 독자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삼궁,
찻탓캇, 01査10은 지잡대 출신에 반사회적이고 일베 유저로 여자들을 '김치녀'로 낮잡아보지만 그들은 유흥업소가 없으면 만나주는 여자도 없는 이
시대의 진정한 루저들이다. 이런 루저들의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라면 많이 본 것 같기도 하지만 장강명 작가는 미숙한 인물들이 (인터넷)세상을
바꾸는 모습을 보여주며 색다른 흥미로움을 안겨준다. 그럼에도 그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현재 한국 청년들이 겪는 비극을 소설로 가장 잘 표현하는
작가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데뷔작 『표백』에서
최근작 『댓글부대』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품들이 부지런히 청년들이 겪는 비극을 대신 항의해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책에도
언급되는 말이지만 인터넷 커뮤니티 용어 중엔 '닥눈삼'이란 말이 있다. 닥치고 눈치 삼 개월의 준말로 커뮤니티에 오자마자 글을 쓰기보다는
눈팅으로 커뮤니티 분위기를 살피고 최소한의 적응기간을 거치라는 말이다.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에 따라 그 기간이 누군가에겐 3개월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3일이 될 수도 있다. 작가에게 '닥눈삼'의 용어를 접목시킨다면 작가의 작품 3권 정도는 읽고 작가와 작품에 대해 말하라 정도가
될 것 같다. 데뷔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왕성한 작품 활동으로 그동안 장강명 작가에 대해서라면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해왔다. 『댓글부대』
역시 내가 그동안 알던 장강명 작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 장강명 작가가 이제 막 신간이 나왔는데 그사이 인터넷 서점을 통해 소설을
연재했고 새 소설 출간 소식이 벌써 들려온다. 지난가을 그가 인터넷으로 연재한 소설은 놀랍게도 좀비 호러 스릴러물이었다고 한다. 장강명 작가에
대해 어느 정도 안다고 말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줄어든다. 나는 아직 장강명 작가에 대해 '닥눈삼'의 시기를 다 거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쩐지 빠르게 읽혔던 『댓글부대』에서
내가 놓친 게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장르가 어떻게 바뀌든 장강명 작가의 다음 작품들이
너무나도 기다려지고 기대된다는 것이다. 내가 장강명 작가의 '닥눈삼'을 거쳤는지 거치는 중인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으나 장강명 작가의 독자
부대라는 건 확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