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할 수 있을까?
다카기 나오코 지음, 윤지은 옮김 / artePOP(아르테팝)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그림의 만화는 언제나 나를 사로잡는다. 귀엽고 동글동글한 그림으로 그려낸 밝고 선한 캐릭터가 전파하는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에는 대책없이 빠져들게 만드는 마력이 있는게 분명하다. 귀여운 그림과 공감이 많이 되는 생활툰이라면 몰라서 못보는 경우는 있어도 알고도 그 매력에 안빠지기는 힘든 일이다. 그런 내가 이제서야 우연히 다카기 나오코를 만났다. 그리고 당연히 그리고 순식간에 그 매력에 빠져버렸다.
 
다카기 나오코를 알게 된 건 이번 신작 『효도할 수 있을까?』의 출간 소식을 통해서였다. 동글동글한 그림과 부모님과 해외여행 하기라는 소재만 봤을 뿐인데 나는 또 한 명의 만화가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고 커져만 가는 기대감은 신간 출간만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 수 없을 정도가 됐다. 이 작가와 나는 통하는 데가 많을 거라고 생각하며 이미 출간되어 있는 그녀의 전작들을 부지런히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8년 전 아주 짧았던 나의 혼자 살기 시절을 회상하며 읽기 시작한 『독립생활 다이어리』는 나의 예감이 틀렸음을 알려주었다. 한 두 번의 도전이 번번이 실패로 끝나자 포기로 끝났던 요리, 나 자신을 알고 집 꾸미기는 시작조차 하지 않았던 나의 혼자 사는 생활과 달리 그녀는 요리도 인테리어도 아기자기하면서도 척척 야무지게 잘 해나가며 혼자 사는 생활이 주는 환상을 깨트리지 않은 채 살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그녀와 나의 독립생활은 여러모로 달랐고 좀처럼 그녀와 나는 통하지 못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카기 나오코가 더 좋아지고 신간이 더 기대가 되었던 건 그녀의 이야기가 나에게 좋은 자극이 되었고 나를 반성하게 했다는 점 때문이었다. 거기에다가 출간을 기다리는 신작의 주제는 '효도'였다. 효도에 관한한 공감보다는 자극이 더 절실한 나에게 이 책은 좋은 자극제가 되어줄 것이 분명했다.

 
부모님과 여행이라면 경험이 많다. 분명 우리 가족은 다른 집에 비해 가족 여행이 많은 편이었고 그 기억들이 모두 좋았던 기억으로 남아 있음에도 부모님을 모시고 해외여행을 가는 건 어떤 이유에서인지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아닌 게 아니라 나는 가족과 함께 비행기를 탄 경험조차 없다. 함께 국내 여행을 여러 번 했지만 제주도조차 함께 여행한 적이 없으니 '나오코 여행사'의 한국 여행기가 더 대단해 보이는 건 당연하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은 부모, 형제, 자매와 함께 하는 가족여행이 아니라 작가 혼자 부모님을 모시고 한국을 여행했다는 것이다. 혼자 가는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닌데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을 나눌 형제 없이 혼자 숙소와 식당, 여행 일정을 정하고 부모님을 모시고 말도 안 통하는 해외여행을 한다니 새삼 그녀가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동글동글해서 마냥 귀엽게만 보이는 이 언니 알면 알수록 멋있다.
이 책은 부모님과 해외여행의 에피소드만 다룬 것이 아니다. 어렸을 적의 집안 풍경을 보여주며 독자들도 함께 향수에 젖게 하고 도쿄에 상경해 혼자 사는 딸의 집에 들른 아버지께 도쿄 구경을 시켜드리는 에피소드, 명절 때마다 고향에 내려가 가족들과 함께 명절을 보내는 풍경, 오래된 본가를 수리하는 문제로 풀리지 않는 가족 간의 갈등 등을 다카기 나오코 특유의 명랑함으로 그려 넣으면서도 따뜻하고 뭉클하게 풀어내며 공감을 이끌어내기도 하고 나를 자극하기도 했다. 실버 세대라는 단어 하나에, 갈수록 작아지는 듯한 부모님의 모습에 대책 없이 울컥해지기도 하고 소주를 마시는 아버지께서 너무 취할까 봐 딸도 적극적으로 마셔 부녀가 기분 좋게 취하는 이야기에 유쾌해지기도 하면서 나오코 가족의 이야기는 나도 부모님과 해외여행을 가서 추억을 쌓고 오겠다는 결심을 굳히는데 크게 한몫했다. 부모님과 함께 해외여행 가는 일에 근거 없는 편견과 두려움을 가지고 시작조차 해보지 않고 무작정 겁만 먹고 있던 나에게 이 책은 좋은 자극이 되었고 예방접종이 되어준것이다. 

 
이번 기회에 다카기 나오코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다. 높은 기대에도 그녀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고 이전 작품들까지 챙겨보면서 나는 그녀의 팬이 되었다. 이제 막 신간을 만났는데 앞으로 만나게 될 그녀의 후속 작품을 벌써부터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만나는 그녀의 작품들 속에서 그녀의 부모님을 자주 뵐 수 있었으면 좋겠다. 모쪼록 본가 리모델링 문제가 좋게 해결됐으면 좋겠고 2020년 도쿄 올림픽 때의 나오코 가족의 이야기도 작품 속에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2020년에 나는 무얼 하고 있으려나? 뭐라도 되어 있어야 할텐데... 집안 정리정돈 에피소드 나오면 나오코 부모님과 공감하지 말고 나오코와 공감해야지. 그땐 아빠도 퇴직을 하시고 제2의 인생을 살고 계실 것이다. 그전에 꼭 부모님 모시고 해외여행 다녀와야지. 효도할 수 있겠지? 효도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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