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마스다 미리의 새 에세이 『오늘도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는 서른 초반의 마스다 미리가 '화나는 순간들'에 대해 쓴 책이라고 한다. 현재 내 안의 화로도 충분하고 넘쳐서 남의 화나는 순간까지 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들다가도 낯선 캐릭터와 현재 내 나이 때의 마스다 미리를 만나다 보면 어느새 남의 화에 내가 위로를 받게 된다. 내 화를 글씨로 표현하자면 분노가 느껴지도록 뾰족하거나 피를 흘리듯한 빨간색이 나올 것 같은데 마스다 미리의 『오늘도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의 제목은 동글동글하고 하얀 글씨체가 예쁘기만 하다. 그리고 질문을 던진다. 답도 바로 알려준다.

 

 "그 화에 슬픔은 있니?"

 슬픔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 그렇게 대단한 화가 아니다.

 

마스다 미리의 강력한 무기인 공감의 힘은 그녀는 내가 말하지 않아도 다 알아주는 언니 같음에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모르는 것을 그대로 덮어버리는 서른두 살의 나와 동갑인 마스다 미리를 만나게 되는데 역시나 말하지 않아도 다 알아주는 언니 같음이 느껴지는 건 변함이 없다. 내가 나잇값도 못하고 철없이 살고 있어서 그런 걸까? 나와 동갑 시절을 보내는 마스다 미리를 만나 날마다 가볍게 찾아오는 그녀의 화나는 순간들을 읽다 보니 괜히 그녀가 더 친근하게 느껴져서 옆에만 있다면 사정없이 "찌찌뽕"을 외치며 팔뚝을 꼬집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마스다 미리 주변이나 내 주변이나 무례하고 말도 안 되는 편견의 상황과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위로가 되어 화가 풀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노골적으로 미인을 특별 대우하는 그들에게 내 분노는 폭발 직전이었다.' 이런 구절은 노골적인 특별대우를 당연하게 받는 미인의 입장이 되어 마스다 미리와 공감을 이끌어 내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해도 좋으련만 이마저도 마스다 미리와 함께 폭발 직전의 분노를 표출하고 찌찌뽕을 외치고 싶으니... 아... 나도 어쩔 수 없는 진정한 마스다 미리 컬렉터인가 보다.

 

덧,

그나저나 마스다 미리의 신간 2종 『오늘도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와 『뭉클하면 안 되나요?』에서는 그동안의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마스다 미리의 에피소드를 만나는 재미가 쏠쏠하다. 남자의 가슴털에 뭉클하고(『뭉클하면 안 되나요?』), 고등학교 2학년 여름 친구들과 술집에 간 게 들켜 정학을 맞은 에피소드(『오늘도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를 읽다 보면 이 언니 우리가 알던 그 언니가 맞나 싶게 센(?) 이미지의 언니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랑스럽고 든든한 언니처럼 느껴지는 건 변함이 없다. 그래도 이 책을 쓸 때의 마스다 미리는 차를 후진할 때 돌아보는 남성을 보며 뭉클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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