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클하면 안 되나요?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마스다 미리의 새 에세이가 나왔다. 『뭉클하면 안 되나요?』라니 제목부터 뭉클하다. '뭉클'이라는 주제만으로 엮어진 이 책은 지금까지 나온 마스다 미리의 작품들 중 가장 두꺼운 두께를 자랑한다. 뭉클할 일이 이렇게나 많다니 놀랍다. 역시 작가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는 보통 사람들보다 몇 인치는 더 넓은 게 확실하다. 이번에도 역시 '뭉클'했던 순간에 대한 하나하나의 에피소드들을 공감하며 읽어가는 동안 이 책이 남성들을 향한 '뭉클'만 다뤘다는 점에 또 한 번 놀란다. 심지어 마스다 미리 작가와 두 명의 여성 편집자는 두 달에 한 번 '뭉클 회의'를 연다고 한다. 만장일치하는 '뭉클', 표가 갈리는 '뭉클'. 뭐 이리 '뭉클'한 회의가 다 있나. 언어의 장벽 문제는 미뤄두고 일상 속에 숨어 있는 '뭉클'을 꼼꼼히 수집해서 나도 그 회의에 참여하고 싶다는 바램이 무럭무럭 자라난다. 

 

'뭉클 회의'라는 모임에 참여는 못해도 『뭉클하면 안 되나요?』를 통해 마스다 미리의 '뭉클'이 나에게도 '뭉클'로 전해지는지 아닌지로 대리 만족은 충분히 가능하다. 마스다 미리처럼 나 역시 전철 안에서 책을 읽는 남자를 보면 뭉클하고 왼손잡이 남자를 보면 뭉클하다(왼손잡이 남자에 대한 마스다 미리의 망상은 참신하다. 정말이지 참으로 뭉클한 망상이 아닐 수 없다). 원제 '큔토스루'라는 말에 '찡하고 짠하고 뭉클하고'라는 뜻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고 하는데 정말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다 찡하고 짠하고 뭉클하다. 일상에서 무수히 보며 무심히 지나쳤던 일도 마스다 미리는 예사로 보지 않아 놀라기도 한다. 접는 우산에 관한 글이 그랬다.

 

 애들한테는 아직 일러, 하면서 좀처럼 사주지 않았던 접는 우산. 접는 우산은 어른의 전유물이었다. 어른의 전유물인데 아이처럼 주름투성이로 접은 어른 남자에게 뭉클하지 않을 수 없었다. p.184

 

정말이지 마스다 미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는 남달리 넓은 게 확실하다는 생각에 뭉클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스다 미리와 나의 표가 갈리는 '뭉클'에 대해선 그 이유가 그녀와 나의 나이 차이 때문인가 생각하게 되기도 한다. 차를 후진할 때 돌아보는 남자를 보면 당연히, 여전히, 뭉클한 나는 아직 어려서(?) 그런 것인지, 나도 나이가 더 들면 더 이상 뭉클하지 않게 될는지 궁금해진다. 나도 마흔 넘으면 까다로운 여자가 될까? 마스다 미리 덕분에 돌고 돌아 될 나의 사십대가 궁금해지고 기대도 되니 찡하고 짠하고 뭉클해진다. 

 

마스다 미리의 일상 속에서 넘쳐나는 '뭉클'을 읽고 나니 평범한 내 일상도 조금 더 시야를 넓혀보게 된다. 마스다 미리 공감단 미션 수행으로 출판사 관계자와 메일을 주고받는 와중에 메일을 보내고 뒤늦게 오타를 발견해 후회한 적이 있었는데 내 메일을 확인했던 그 관계자도 마스다 미리처럼 오탈자를 발견하고 귀여워하고(?) 뭉클했을까(그렇다고 해줘요)? 타인이 느끼는 뭉클이 궁금해지기도 하고 여자 고객이 압도적인 백화점 문화센터 명사 일일특강에 혼자 와서 초롱초롱한 눈으로 강연을 듣고 있는 남자를 보고서는 이 느낌은 뭉클함이라고 깨닫기도 한다. 낮엔 여전히 더운데 아침저녁으론 쌀쌀한 것도 뭉클하고 모두 약속이나 한듯 높은 가을 하늘의 구름 사진을 SNS에 올리는 것도 뭉클하다. 마스다 미리의 또 다른 신작 『오늘도 화를 내고 말았습니다』띠지에 적혀 있는 "그 화에 슬픔은 있니?"라는 문구를 보고 또 뭉클해진다. 새삼 세상이 뭉클함으로 충만한 것 같다. 오늘도 뭉클하고 말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