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데이
데이비드 리바이선 지음, 서창렬 옮김 / 민음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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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사랑의 블랙홀>의 주인공 필에게 갑자기 매일 하루가 반복되는 일이 벌어진다.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견디지 못 해서 전기감전, 투신 등의 다양하고 극단적인 방법으로 자살을 하지만 다음날 아침이면 또 반복되는 하루가 펼쳐진다. 데이비드 리바이선의 소설 『에브리데이』의 주인공 A는 매일 다른 사람의 몸으로 깨어나는 생활을 16년 동안 겪고 있다. A는 자신에게 벌어지는 현상과 그에 대한 많은 법칙을 알고 있고 실수하지 않는 법을 안다. 매일 인근 지역 같은 나이의 다른 사람의 몸으로 깨어나 매일 새로운 학교생활을 도전하고 매일 새로운 친구를 사귀며 특별한 일이 없는 일상을 몸의 주인에게 하루 빌려 여행자의 삶을 살아간다. 남자아이 몸으로 깨어날 때도 있고 여자아이 몸으로 깨어날 때도 있다. 필에 비해 한참 어리지만 처음부터 그래왔기에 매일 다른 사람으로 일어나는 잔인한 현실을 평온하게 받아들일 줄 안다. 자신은 그 몸에 하루 머물 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학교에 가서 출석을 채우고 성실히 숙제를 한다. 자신이 머무르는 몸을 존중해 줄 줄도 아는 아주 성숙한 내면을 가진 16살의 모습이다. 

자신이 좋아할 수 없는 사람이 확실해 보이는 저스틴의 몸으로 깨어나며 그리 좋은 날이 아님을 일찍이 예감한 5994일의 날 A는 리에넌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마약중독자, 자살을 계획하는 우울증에 걸린 소녀, 동성애자, 당뇨병에 걸린 소년, 미성년자 불법 가정부, 몸무게가 130kg이 넘는 뚱뚱한 소년 등의 몸으로 매일 다르게 깨어나지만 지난 16년의 떠돌이 삶과는 달리 A의 삶의 나침반은 이제 리에넌만을 향해 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며 바라보는 몸을 의식하고 리애넌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삶의 흐름과 맞서 싸우고 그들의 일상과 질서를 무너뜨리는 괴물이 되어 있다. 전에 없던 실수도 저지르게 된다. 

 

매일 다른 사람의 몸으로 깨어나는 주인공이라는 흥미로운 이야기 설정,

10대들의 사랑 이야기,

미국을 대표하는 YA작가 데이비드 리바이선……

『에브리데이』를 수식하는 몇 가지의 타이틀만 보고는 『트와일라잇』시리즈처럼 10대 소녀 독자들의 열혈한 지지를 받을만한 장르소설로 여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나 역시 '미국을 대표하는 YA 작가'라는 작가 소개에 내가 기대했던 소설이 아닌가 싶어 멈칫했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흥미로운 소재와 빠른 전개로 책장이 술술 넘어가며 『에브리데이』에 빠져들고 말았다. 한번 들어갔던 몸에 다시 들어가는 일은 없지만 이틀 동안 쌍둥이 형제의 각자 몸속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몸에 들어가는 일이 벌어지기도 하는 등 흥미로운 소재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A가 살아온 5993일의 쌓여진 과거와, 리애넌을 만나 쌓아가는 41일의 현재의 이야기를 읽어나가다 보면 A가 쌓아온 6034일의 이야기가 주는 묵직한 감동의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

 

나의 내면과 외면을 다 가지고도 내가 나일 수가 없을 때가 많아 자주 괴롭다. 저스틴 곁에서 생기 없어 보였던 리애넌도 그래 보인다. A가 16년 동안 굳건히 쌓아온 탄탄한 내면의 지반과는 달리 리애넌이 쌓아온 내면의 지반은 언제 무너져 내릴지 모르는 위태로운 모습이었다. 그래서 곧 출간될 예정이라는 리애넌 입장에서 보여주는 『또 다른 날(Another Day)』이 벌써부터 궁금하다. 왜 리애넌은 온전한 그녀 자신이 되지 못했는지, 그게 아니라면 사춘기 섬세한 여학생의 입장을 내가 오해한 건 아닌지 빨리 살펴보고 싶다.

A가 가게 되는 곳은 언제나 내일뿐이다. 자살을 계획하는 위태로운 소녀 켈시는 아직 모르는 점이지만 A는 어른이 된다는 것이 전적으로 자기 마음에 따라 현실을 바라보지 않도록 주의하는 일이 포함된다는 것을 벌써 알고 있다. A가 어떤 매일매일을 쌓아가며 내일로 가고 어떤 시선으로 현실을 바라보며 어른이 되어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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