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해변
크로켓 존슨 글.그림, 김미나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바닷가에서 오래된 고둥을 찾아 온종일 헤매는 앤과 벤.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 신나는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앤과 이야기는 단어를 늘어놓은 것뿐이라는 벤은 원하는 것들을 모래 위에 글자로 쓴다. 파도가 몰려왔다가 물러가면 글자들은 사라지고 현실이 되어 나타난다. 마법에 걸린 해변에서 그 비밀을 발견한 앤과 벤은 이제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었고 신나는 일을 자신들의 손으로 만들어간다. 

 

크로켓 존슨의 『마법의 해변』은 50년 전 『모래 위의 성』이란 제목과 이야기에 맞는 베티 프레이저의 삽화로 처음 출간되었다가 40년 후 작가의 초기 스케치와 『마법의 해변』이란 제목으로 작가가 처음 내놓았던 원본 그대로 재출간 되었다고 한다.  

흥미로운 숨은 이야기가 많은 이 책은 그 자체가 마치 원작을 찾아 40년을 헤매는 이야기의 주인공 같다. 지나치게 심각하고 아이들이 읽게에 어려워 출판이 좌절될 뻔하고 다른 사람의 삽화로 책이 출간되기까지의 과정이 작가의 입장에서 신나는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40년 후 원작이 부활하고 '시대를 너무나 앞서갔다'는 평가를 받으며 마침내 빛을 보고 있으니 행복한 결말의 시간은 이전의 40년보다 더 오래가지게 될 것이다. 『모래 위의 성』출간 이후 50년이란 세월이 흐른 뒤 원작으로 만나는 국내 독자들은 시대를 잘 만난 행운까지 누리게 됐다. 그리고 단어의 힘, 글자의 마법을 이야기하는 이 책을 출간한 국내 출판사의 이름이 '자음과 모음'이라는 점은 국내 독자들을 위해 특별히 걸어준 마법 같다.

 

아이들이 읽는 동화로는 우려가 많았지만 상상력을 잃어버린 어른을 위한 동화로 평가받고 있는 『마법의 해변』을 통해 해변의 모래사장에서 앤과 벤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어 원하는 것을 현실로 이루는 과정을 보고 나니 문득 놀이터 모래 바닥에서 모래와 먼지를 뒤집어쓰고 놀았던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한때 광화문 대형서점에 걸렸던 글판으로 더 유명한 파블로 네루다의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 있을까. 아직 내 속에 있을까. 아니면 사라졌을까.'란 글귀도 떠올랐다. 교훈과 감동을 주고 메세지를 전달해 주는 것을 넘어서 잊고 살았던 동심을 떠올리고 반성하거나 새로운 깨달음과 여운을 주는 것이 어른을 위한 동화가 주는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패멀라 린던 트래버스의 『메리 포핀스』에서 메리 아줌마는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동화 속 나라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실의 행복한 결말을 위해 지친 일상을 당연하게 살면서 나였던 그 아이가 아직 내 속에 있는지, 순수함으로 가득했던 동심의 세계에서 너무 멀리 나간 건 아닌지, 나만의 동화 속 나라를 잘 지키고 있는 건지 자신을 뒤돌아 보고 싶다면 마법의 해변에서 앤과 벤을 만나 잃어버린 동심과 상상의 힘을 되찾아볼 시간을 가져보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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