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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힘 - 착한 욕망을 깨우는 그림
이명옥 지음 / 다산책방 / 2015년 7월
평점 :

미적 안목이
생기면 어느 순간 신기하게도 미술작품이 하는 말을 귀로 들을 수 있게 된다.
작가가 전달하려는
메시지에 공감하게 된다는 뜻이다.
미술작품이 하는 말을 들려주는 이른바 '그림 읽기'방식의
책은 예전부터 있었다.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라서, 베스트셀러라서 찾아 읽어 보기도 했고 다루는 미술 작품이 유명하거나 내가 알고 있는 작품이
많이 수록되어 있는 책이라서 읽어 보기도 했다. 사비나 미술관장, 국민대학교 미술학부 교수, 한국사립미술협회장을 겸하고 있는 이명옥
관장의 『욕망의
힘』은 제목처럼 욕망이라는 명확한 주제를 가지고 미술작품이 말하는 욕망을 읽어주고 미술작품을 통해 독자들이 욕망의 감정을 관리할 수 있게
도와준다.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내가 경험한 예술작품과 문학, 인문학에 나타난 욕망의 민낯을 가능한 이 책에 담으려고 노력했다.'라고 말한다. 사랑, 원초적 욕망에서부터 나쁜
욕망 극복하기, 성취욕, 존재 추구에 대한 욕망, 소통, 관계 회복에 대한 욕망까지 4부로 나눠 80여 점의 미술 작품과 작가의 글을 통해
독자들이 내면의 선한 욕망을 깨울 수 있도록 해준다.
작품을 하나하나 대하고
수록된 글을 읽으면서 이명옥 작가가 가진 엄청난 컨텐츠의 힘에 대한 놀라움과 그에 대한 동경심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커갔다. 역시 예술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림뿐만 아니라 사진, 조각품 등의 다양한 미술작품을 다루면서 이야기해주는 작품의 작업 기법, 작가의 생애, 작가와
모델 사이의 이야기, 당시의 시대 상황, 작품을 통해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 등을 안내하며 미술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그냥 지나칠 법한
것들을 마치 미술관의 도슨트처럼 설명해주면서 작품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게 도와주는 건 다른 책에서도 이미 많이 접해봤던 방식이다. 이명옥
작가는 미술작품이 말하는 욕망에 적절한 작가의 설명이나 인터뷰, 문학작품, 영화 대사, 노래 가사 들을 인용하며 독자들이 욕망의 감정을 관리하고
깨우는데 힘을 실어준다. 이건 미술에 대한 조예만 깊어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미술뿐만 아니라 예술, 문학, 인문학에 이르는 전방위적인 관심과
남다른 안목과 감성으로 가지게 된 다양한 컨텐츠들이 적절하게 인용되어 이명옥 작가만이 가진 훌륭한 무기가 되어준 것이다.
이명옥 작가가 자신의
미술작품에 대해 쓴 글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의 작품을 다루며 쓴 글인데 책을 읽고 난 후 책에 실린 미술작품이나 작가에 대한 관심과 궁금증보다는
이명옥 작가에 대한 관심과 궁금증이 더 커지는 이상 현상이 발생했다. 전문적이면서도 진솔한 작가의 글이 너무 짧게 느껴져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심지어 보통 미술
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 사람이 작업하는 작업실이 궁금하기 마련인데 『욕망의
힘』을 읽고 나서는 이명옥 작가의 미술작품이나 작업실도 궁금하지만 작가의 서재가 더 궁금해지고 작가의 일과가 더
궁금해졌다.
작가가
읽어 준 그림이, 그림이 보여준 욕망이 독자들의 내면에서 다채롭게 교감이 되고 덕분에 수록된 작품들이 친근하게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발생 가능했던
이상 현상이었다. 미처 몰랐던 이명옥 작가의 다른 책들이 궁금하고 앞으로 작가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그림 읽기'분야에서 믿고 보는 작가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