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황금방울새 - 전2권
도나 타트 지음, 허진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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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마, 난 무슨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 작은 황금방울새를 가져야겠어

 

렘브란트의 제자이자 페르메이르의 스승 카렐 파브리티우스

네덜란드 역사의 비극 델프트 화재로 요절한 네덜란드 풍속화가의 남은 작품은 대여섯 점밖에 없다.

눈빛이 침착하고 머리가 검은 작은 새. 보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신비로운 그림. 

<황금방울새>, 카렐 파브리티우스. 1654년의 걸작.

 

"잘못된 일을 바로잡는 건 힘들지. 그런 기회가 자주 오는 건 아니거든.

가끔은 걸리지 않는 것밖에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엄마와 함께 살고 있는 시어도어 데커(시오). 술주정뱅이 아빠는 엄마와 자신을 떠났다. 학교에선 흡연사건으로 정학을 당했고 엄마와 함께 학교를 가던 길 비를 피해 미술관에 들렀다. <황금방울새>, <해부학 강의>가 전시 중이고 관람객 중 신경이 쓰이는 백발노인과 소녀가 있다. 갑작스러운 폭발사고가 일어나고 백발노인은 그에게 <황금방울새>를 챙겨 나가라 한다. "호바트와 블랙웰. 초록색 초인종을 울려라."

전시회에서 제일 작고 단순했던, 평범하고 창백한 배경에 홰에 묶인 사슬을 발목에 찬 노란색 방울새는 더이상 단순하고 평범한 그림이 아니게 되었다. 미술관 폭발사고로 엄마는 죽고 그에게는 지켜야할 그림이 생겼다. 삶의 전과 후를 가르는 표시줄이 생겼다.  

 

어쩌면 행운은 불행과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나야 실감이 나는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아무 느낌도 없다. 감정은 나중에 찾아온다.

 

이리저리 끼워 맞춘 키워드들 - 미술관 폭발사고로 엄마가 죽고 미술품 절도범이 된 소년 - 과 2권이 합쳐 10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도 불구하고 - <이동진의 빨간책방>에도 언급된 띠지 광고문구 - '완독률 98.5%'라는 화제에 엄청난 흡입력으로 독자들을 사로잡는 미스터리나 스릴러물일꺼라 예상했지만 거의 580페이지가 다 되어가는 1권이 끝날때 까지도 주인공 시오는 위험에 빠지지도, 난처한 일이 생기지 않는다. 엄마의 죽음과 다시 나타난 아빠, 뉴욕을 떠나 도착한 라스베이거스에서 유일하게 사귄 친구이자 평생 가장 친한 친구가 된 보리스와의 만남이 이어지자 판타지 장르는 아니더라도 『해리포터』가 생각나기도 했다. - 이런 내 마음을 읽어낸건지 '포터'란 이름이 등장했을 때 작가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싶을 정도로 반가웠다 - 제대로된 보호자가 없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진정한 친구를 만나고 친구와 함께 그림을 지켜내야 하는 줄 알았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특별할 것 없는 에피소드로 이어진 소년의 성장기라는 점에서 <보이후드>나 『호밀밭의 파수꾼』이 오히려 더 닮아 있었다. 

 

거대한 전환.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지 않는 것 사이.

 

세상의 전부인 엄마, 제대로된 보호자가 되어주지 못하는 아빠

뉴욕에서 라스베이거스, 그리고 다시 뉴욕

똑똑한 만큼 서투른 앤디, 자라나는 알코올중독 새싹이자 욕을 4개국어로 유창하게 하는 보리스

신중하지만 차갑게 느껴지는 바버 부인,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다 이해하는 호비 아저씨

정반대의 킷시, 너무 닮은 피파

 

바뀌는 주변 환경의 변화를 묵묵히 지켜가며 시오는 점점 성장한다. <황금방울새>로 인해 일어나는 사건이 예상보다 일찍 등장하지 않는 점은 마치 친절한 작가가 어머니의 마음으로 시오가 사건을 감당할 수 있을 때까지 자라길 기다려주는 것 같았다. 『황금방울새』는 짜릿한 마지막을 위해 지리한 수다를 떠는 스릴러가 아니라 엄마의 죽음 이후 14년간의 시오의 성장을 보여주는 성장소설이다. 아빠로 부터 받은 실망감, 엄마를 비롯한 주위 사람들의 죽음, 믿었던 친구로 부터 받은 배신감등을 겪어나간다.

 

<뉴욕타임즈> 45주 베스트셀러, 32개국 번역 출간, 2014년 퓰리처상 수상, 호킹지수(아마존 캔들 완독률) 98.5%

그야말로 엄청난 수식어를 가진 이 책을 할리우드에서 가만히 놔둘리 없다. 판권이 팔려 워너브러더스사에서 영화화 예정이라고 한다. 할리우드에서 탄생할 <황금방울새>가 관객들이 연민을 갖고 보게 될 한 소년의 성장영화가 될지, 엄청난 흡입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아 명작 <황금방울새>의 행방을 다루는 스릴러물이 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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