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안정효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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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 아이들은 회색 옷을 입어요. 그들은 너무나 무서울 정도로 총명하기 때문에 우리들보다 훨씬 열심히 일합니다. 나는 그렇게까지 열심히 일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베타가 되었다는 것이 정말로 굉장히 기쁩니다. 그런가 하면 우리들은 감마나 델타보다 훨씬 좋습니다. 감마들은 어리석어요. 그들은 모두 초록색 옷을 입어요. 그리고 델타 아이들은 황갈색 옷을 입습니다. 아, 싫어요, 난 델타 아이들하고는 놀고 싶지 않아요. 엡실론들은 더 형편없죠. 그들은 너무 우매해서 글을 쓰거나 읽을 능력이 없어요. 그뿐 아니라 그들은 너무나 흉측한 빛깔인 검정색 옷을 입어요. 나는 내가 베타여서 정말로 기쁩니다." 
 
안정의 해 A.F.632년 세계국. 지구에 거주하는 20억 주민들은 어머니의 자궁이 아닌 유리병 속에서 태어났다. 계급에 맞춰 분류되어 대단히 확실한 체외 생식과 신 파블로프 습성 훈련과, 최면 학습이라는 방법들로 태어나고 길러진다. 어둠 속에서 6만 2,400번의 반복 최면 학습은 반박의 여지가 없는 하나의 진리를 만들고 모든 사람은 다른 모든 사람을 공유한다. 모든 사람이 모든 사람의 방법으로 행복하고 자유롭고 만족스럽다. 당신 나름대로의 방법이란 없다. 불안한 감정이나 고민들을 마주할 상황에서는 소마를 삼키면 된다. 부모는 음담패설이고 임신은 외설적이다. 해리포터에서 볼드모트가 '이름을 말해서는 안 되는 자'로 불리고 노홍철이 무한도전에서 '그 녀석'으로 불리는 것처럼 '어머니'는 발음조차 되지 못한다. 셰익스피어는 금서가 되어 거의 아무도 모른다. 낡고 아름다운 것들은 전혀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역사는 허튼 수작이다.
 
"난 차라리 나 자신 그대로 남아 있고 싶어요.

불쾌하더라도 나 자신 그대로요. 아무리 즐겁더라도 남이 되고 싶지는 않아요."
  
지나치게 유능해서 거북할 정도로 자신을 의식하고 혼자뿐이라는 기분을 느끼는 헬름홀츠 왓슨
방종한 성생활이 내키지 않아 한 명의 같은 남자와만 사귄 지 겨우 4개월밖에 되지 않은 레니나 크라운
왜소한 키로 같은 계급의 사람들로부터 고립된 외톨이 버나드 마르크스 
이들은 누가 뭐라고 해도 모든 사람은 만인의 공동 소유물인 세계국에서 나 자신이 되고 싶어 괴로운 가엾은 모난 돌들이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들은 제각각 층층이 여러 겹으로 둘러싼 무의식중 어딘가가 뚫려 있다. 오늘 누려도 되는 즐거움을 절대 내일로 미뤄서는 안되는 미래사회가 되어도 여전히 무리가 옳은 것이어서 무리가 되지 못한 그들은 자신을 탓하며 고립되어 있다.  
그리고 야만인 보호 구역에서 베타인 어머니의 몸에서 태어나 어디에서도 인정받지 못한 존 세비지

셰익스피어를 알고 시간과 죽음의 신을 발견한 야만인은 야만인들 사이에서도 문명인들 사이에서도 인정받지 못한다.
 
"이곳에서는 대가를 치러야 할 만큼 값진 것이 하나도 없으니까요."


1932년에 출판된 이 세계국에 관한 미래소설이 세상에 나온 지 무려 84년이 흘렀다. 첫 문장 '겨우 34층'은 너무나도 쉽게 눈앞에 그려지고 별 탈 없이 읽히지만 이후 전개되는 내용은 수많은 SF 영화들로 이미 수차례 미래사회를 만나본 21세기 지구인이 읽어도 충격적이다. 디스토피아의 대표 작품으로 거론되는 명성에 걸맞게 날카롭게 비판되고 비극으로 그려지는 미래의 암흑세계가 읽는 이로 하여금 환멸과 경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많은 훌륭한 인간들이 존재하는 포드 공화국. 다 포드 님 덕택이다. 오, 멋진 신세계다.
  
84년 전 올더스 헉슬리는 멋진 신세계로 비극적인 미래 세계를 그리며 앞으로 닥쳐올 사태에 대해서 경고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가 경고한 비극적인 미래와 유사한 현실이 많은 부분 진행이 되고 있다. 마치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자기 위로, 합리화가 판을 치는 세상에 올더스 헉슬리는 '이보다 더 한 것이 오리라'고 경고하는 듯하다.
 
미래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만큼 과거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날 때가 있다. 이미 많은 자료가 있고 이야기가 전해지기 때문에 미래를 상상하는 것만큼 막연하지는 않지만 과거의 어느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떨까 하고 상상을 하면 늘 비틀즈 전성기 시대의 영국을 떠올렸었다. 그건 기분 좋은 상상이다. 미래 세계를 비극으로 그려서 그런가 이 책을 읽고 나니 미래에 대한 호기심보다 과거에 대한 호기심이 더 크게 느껴지고 있다. 과거로 갈 수만 있다면 1932년으로 가서 이 책의 독자가 되고 싶다. 미래를 상상하는 것만큼 막연하게 느껴지지만 이 책이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사람들이 느꼈던 충격과 공포를 한번 체감해보고 싶다.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우선 소마 반 그램 복용이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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